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효자’ 노릇을 해온 반도체 사업 실적이 주춤한 탓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6조1000억원)은 전 분기(7조3900억원)보다 17.46% 줄었다. 증권사들의 추산치(6조5000억원 안팎)에도 훨씬 못 미쳤다.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 사업까지 실적이 주춤해진 영향이다. 삼성전자로선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원)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까지 부진…삼성전자, 영업익 5분기 만에 감소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3조6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에 3조100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되면서 D램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진 영향이 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작년 초 개당 3.6달러에서 연말에는 1.87달러로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 3분기까지 실적 회복을 이끌었던 반도체 등 DS(부품)사업의 실적이 꺾이면서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작년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크리스마스와 블랙 프라이데이 등 연말 특수가 있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는 데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연말 스마트폰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분기에 비해 환율 효과가 미미했던 것도 부진 이유로 꼽힌다. 작년 3분기에는 주요 통화 대비 원화 약세가 지속돼 약 8000억원에 이르는 환율 효과를 봤다. 이런 환율 효과가 4분기엔 사라졌다. 다만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가전은 비교적 선전했다. TV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전 분기보다 판매가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올 1분기 실적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투명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2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5조8800억원(매출 48조32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오는 3월 출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S7’에 쏠리고 있다. 갤럭시S7이 성공하면 실적이 다시 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미 둔화된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