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 충분히 고려 않고 감으로 투자했다가 '낭패'
상하이지수 ETF도 마이너스
2014년 7월. 월급쟁이에겐 목돈이라 할 수 있는 3000만원을 브라질 채권에 넣었습니다. 연 11% 안팎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브라질과의 과세 협정으로 세금도 ‘제로’였기 때문입니다. 환 헤지(위험 분산)가 되지 않아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 때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지요.
너무 낙관적인 시나리오였을까요. 제가 생각한 ‘바닥’은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한 지난해 이후 헤알화는 추풍낙엽이었습니다. 헤알당 400원 선이 무너진 지 반 년이 못 돼 300원 선까지 뚫렸지요. 현재 제가 들고 있는 브라질 채권의 수익률은 딱 -50%입니다. 반 년에 한 번씩 들어오는 이자 역시 반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제가 브라질 채권 투자에 실패한 것은 “위험한 상품은 소액으로 분할매수한다”는 원칙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던 게 아닌지도 반성할 대목입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제게 아픔을 준 상품입니다. 지난해 7월이었을 겁니다. 당시 상하이종합지수는 3900선. 5000선을 넘어섰던 6월 고점보다 20% 이상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저는 중국 시장이 충분히 조정받았다고 판단해 비자금(?) 500만원을 지수 움직임의 두 배만큼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에 밀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2900선까지 주저앉았고,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가 시작됐습니다. 사실 레버리지 ETF는 길게 투자하면 안 되는 상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이지 않는 손실이 발생합니다. 예컨대 1000이던 지수가 하루 만에 10% 하락해 900이 되면 1만원이던 ETF의 가격은 8000원으로 내려갑니다. 10%의 두 배인 20%만큼 상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죠. 다음날 900이던 지수가 다시 1000으로 되돌아왔다고 가정해 보죠. 지수 상승률을 따지면 11.11%입니다. 8000원이던 ETF는 11.11%의 두 배인 22.22% 올라 9777원이 됩니다. 지수는 똑같지만 ETF 가격만 233원 내려가는 것입니다.
이런 상품 구조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절매’는 쉽지 않았습니다. 개인투자자의 최대 적이라는 ‘본전 생각’이 문제였지요.
제가 이 자리를 빌려 처참한(?) 개인 수익률을 공개하는 이유는 새해엔 독자 여러분이 저 같은 방향 착오와 무모한 욕심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아울러 재테크 팀장의 본분을 살려 많은 분이 합리적인 판단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성 들여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송형석 재테크 팀장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