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윤경 엔젤아로마스토리 대표의 어머니는 허름한 플라스틱 대야에 차가운 물을 받아 발을 담갔다. 코끝이 아릴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발이 뜨거워지고 부어오르는 수족번열증 때문이다. 2012년 11월 윤 대표는 전북 정읍 고향집에 갔다가 어머니의 이런 모습을 봤다. 가슴이 아렸다. 어머니의 부은 발을 주무르던 윤 대표는 옆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발도 돌아봤다. 발톱은 닳아 문드러졌고 뒤꿈치는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다. 40년 넘게 논밭에서 일하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한 흔적이었다.
윤경 엔젤아로마스토리 대표(가운데)가 해외 바이어와 수출 상담에 앞서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 엔젤아로마스토리 제공
윤경 엔젤아로마스토리 대표(가운데)가 해외 바이어와 수출 상담에 앞서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 엔젤아로마스토리 제공
부모님의 발을 따듯하게 해주고, 시원하게도 해주고, 촉촉하게도 해주고 싶었다.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그는 그 길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인 2013년 엔젤아로마스토리를 창립했다. 발열과 청량 기능을 갖춘 손발팩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국 유통기업 산둥신다둥그룹과 10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

윤경 엔젤아로마스토리 대표의 성공 스토리…"부모님 생각하며 만든 손발팩, 1000만달러 수출"
엔젤아로마스토리는 중국에 수출하는 ‘엔젤리즘 손발팩’ 등 피부미용 제품을 생산한다. 주력 품목인 팩은 장갑과 버선 모양의 팩 안에 화학약품을 넣어 개발했다. 손발을 넣으면 몇 분 안에 따뜻하거나 시원해진다.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바이오 분야로 분류돼 기능성과 안전성을 갖춰야 했다.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 관련 각종 전문지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했다. 사업 계획을 세운 뒤 윤 대표는 화장품 제조 전문회사를 찾아다녔다. 손발팩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윤 대표는 “사업 시작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 제조회사의 연구소장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로 했다. 면담을 위해 100여편의 관련 논문과 전공서적을 읽었다.

윤 대표의 설명을 들은 연구소장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쳤다. “냉온열 기능에 보습 작용을 더한 상품은 아직까지 없었다”며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제품 개발까지는 1년이 걸렸다. 수천명에게 샘플을 주고 반응을 살폈다. 발열팩이 너무 뜨겁다는 사람도 있었고, 발이 잘 안 들어간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런 의견을 토대로 완성도를 높여갔다. 특허 출원도 했다.

제품을 내놓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해외 바이어의 관심이 높았다. 제품을 출시한 첫해인 2014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탄력이 붙었다. 5월 중국 광저우 ‘국제미용전시회’에 출품해 몽골과 태국 일본 등 10개국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몽골과 태국은 홈쇼핑에도 진출했다. 이런 실적은 지난달 중국 내 3만개 이상의 유통채널을 갖춘 산둥신다둥그룹과 계약을 맺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산둥신다둥은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엔젤아로마스토리 창고에 있는 모든 제품을 쓸어갔다.

국내에서도 빠르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손발팩은 롯데마트와 올리브영을 비롯해 롯데홈쇼핑 아임홈쇼핑 등을 통해 팔리고 있다. 윤 대표는 “유럽 미국 업체와도 수출 협의를 시작했다”며 “R&D와 수출 인력을 보강해 2~3년 내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