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이유 있었네…쑥쑥 크는 반려동물 산업, "5년 후엔 연 6조 시장"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지난 1일부터 MBC 음악프로그램 ‘복면가왕’의 복면 디자이너 황재근 씨가 제작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한 벌에 40만원인 이 옷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 애견숍 ‘펫 부티크’에 걸린 여러 애견용품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1년에 200개 미만만 제작한다는 수작업 개집이 100여만원에 팔리고, 원목으로 만든 강아지용 밥그릇도 있다. 사람이 쓰는 제품으로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소비자가 몰려 2012년 문을 연 펫 부티크는 연평균 20%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조4300억원이던 관련 산업 규모는 2020년 5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는 것은 저출산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료·병원의 고급화 가속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품의 고급화다. 정관장은 최근 유기농 원료와 6년근 홍삼을 원료로 한 강아지 사료 ‘지니펫’을 출시했다. 인삼공사 연구진이 3년간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맛과 배변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연구해 특허까지 받은 제품이다. 1.2㎏ 한 봉지에 2만4000원으로 일반 개사료의 10배 이상이다. 뉴질랜드산 사슴고기로 만든 사료도 ㎏당 7만4000원에 팔리고 있다. 반려견의 관절 강화와 근육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고양이 놀이터인 캣타워를 전문 제작하는 알마켓은 35만원짜리 프리미엄 캣타워를 내놨다. 최고급 인조모피를 사용해 여러 고양이가 함께 놀아도 다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저출산 이유 있었네…쑥쑥 크는 반려동물 산업, "5년 후엔 연 6조 시장"
동물병원도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지난달부터 병원 공간을 3배 이상 넓히는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반려동물의 위치와 치료 진행 상황을 주인이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진료시스템을 도입한다. 서강문 서울대 동물병원장은 “사람의 암 치료에만 쓰이던 방사선 암 치료기를 들여올 예정”이라며 “건당 수백만원인 반려동물 암 치료 시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도 내년에 동물병원 면적을 두 배 늘리고 설비를 고급화할 예정이다.

2000년 이후 국내에 선보인 반려동물 상조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운구 서비스를 해주고 화장한 뒤 유골을 도자기 등에 담아 납골당에 안치하기도 한다. 가격은 동물 크기와 서비스 종류에 따라 20만~80만원 정도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앞다퉈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반려견 이름을 딴 이마트의 ‘몰리스펫숍’이 대표적이다. 개와 고양이용 사료, 장난감, 미용용품 등 16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애견호텔과 유치원, 미용 서비스까지 갖춘 데다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기다. 롯데마트도 2012년 서울 송파점에 ‘펫가든’을 처음 선보인 뒤 2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보험·호스피스 등 신사업 등장

새 시장도 생겼다. 반려동물 보험이 대표적이다. 삼성화재는 만 6세 이하 반려견을 대상으로 상해와 질병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내놨다. 보험료는 1년에 50만원가량이다. 출시 첫해인 2008년에는 41건을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점점 인기를 모아 올해는 11월까지 929건을 판매했다.

강아지 유모차, 카시트 등 과거에는 없던 반려동물 용품 시장도 열리고 있다. 일본 에어버기사가 제작한 프리미엄 개 유모차는 대당 60만원으로 유아용과 차이가 없다.

아픈 개들이 요양하는 호스피스 시설도 등장했다.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문을 연 해마루케어센터는 간암, 치매, 디스크 등에 걸린 반려견을 돌보며 재활치료를 한다. 고압산소 치료를 하기도 하고 아로마 마사지 등도 해준다. 반려견의 재활을 위해 수중 러닝머신도 설치했다.

김동현/이지훈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