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8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2002년에도 비슷한 혐의를 받았지만, 당시 스위스 당국이 제대로 수사를 벌이지 않아 13년간의 추가 부정부패를 막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5월 중순, 당시 FIFA 집행위원 24명 가운데 11명이 공동으로 블라터 회장이 부패, 관리 소홀 등을 저질렀다며 스위스 취리히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 11명 중에는 레나르트 요한손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등 FIFA 부회장들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미셸 젠 루피넨 FIFA 사무총장도 블라터의 부정행위에 근거가 될 만한 정보를 폭로했다.

그러나 블라터는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적들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고 반박했으며 그해 5월 말 재선에 성공하고 나서 루피넨 사무총장을 경질했다.

이어 연말에는 취리히 검찰은 비난받아야 할 이는 고소인들이며 이 건이 무고에 가깝다고까지 언급하며 수사를 종결했다.

가디언은 당시 블라터가 받은 부패와 관리소홀 등 혐의가 현재 블라터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매우 비슷하며 당시 스위스 당국이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현재 FIFA를 오명에 빠뜨린 부정부패의 시대를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1998년 블라터와 회장 선거에서 경쟁했다가 패했던 요한손 전 UEFA 회장은 미하엘 라우버 스위스 검찰총장과 미국 수사당국이 현재 벌이고 있는 수준으로 그때 스위스 검찰의 수사가 더 철저히 진행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와 미국 당국은 취리히에 있는 블라터 사무실을 포함해 FIFA 본부를 압수 수색하고 FIFA와 연관된 스위스 은행 계좌 수십 개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가디언에 취리히 검찰이 수사를 전혀 지금처럼 하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루피넨이 최고위급인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4년 동안 쌓아둔 증거를 확인하려 그와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요한손은 "스위스 당국이 우리와 FIFA, 축구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그들은 증거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제소했으며 사건을 맡을 스위스 변호사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졌고 블라터는 계속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요한손은 이어 "이제 미국인들과 스위스인들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