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파괴' 알뜰 쇼핑족 대세로…에어컨·제습기, 작년 겨울보다 2배 팔렸다
올가을 결혼한 직장인 박용은 씨(33)는 이달 초 에어컨을 구입했다. 박씨는 “에어컨은 겨울에 사는 게 제일 싸다는 얘기를 듣고 특가 상품이 나왔을 때 구입했다”며 “할인쿠폰, 적립금 등을 이용해 정가보다 40% 이상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에 계절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에어컨이나 수영복 등 여름 상품을 겨울에 구매하고 패딩, 스키장비 등 겨울 상품은 여름에 사는 ‘역(逆)시즌 쇼핑족’이 늘고 있다.

오픈마켓인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대표적 여름 가전인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5% 늘어났다. 제습기, 선풍기 등의 판매량도 각각 167%, 54% 증가했다. 김석훈 옥션 디지털실 상무는 “겨울 역시즌 할인을 이용해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알뜰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 시즌이 지난 제품이라 가격은 떨어졌지만 성능, 디자인 등은 좋은 제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즌파괴' 알뜰 쇼핑족 대세로…에어컨·제습기, 작년 겨울보다 2배 팔렸다
겨울에 따뜻한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수영복과 물놀이용품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남성 수영복 판매는 전년 대비 35% 증가했고, 여성 수영복도 비키니와 원피스 판매가 각각 13%, 34% 증가했다.

반면 여름철에는 겨울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G마켓에서는 스키와 보드 등 겨울 스포츠용 장비 판매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스난로와 화목난로도 판매량이 각각 107%, 105% 늘어났다. 그러나 정작 겨울 시즌이 돼선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모직코트, 무스탕 등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15% 줄어들었다. 강선화 G마켓 마케팅실장은 “지난 7, 8월에는 여성 패딩점퍼 등 외출복 판매가 최대 10배 이상 늘었는데 겨울 들어 오히려 판매가 줄고 있다”며 “필요한 제품을 저렴할 때 사두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쇼핑에서 계절 구분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통업체들은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어 역시즌 상품 기획전을 늘리는 추세다. 롯데하이마트는 온라인몰에서 에어컨을 구입하면 즉석쿠폰을 주고, 설치비를 지원해주는 행사를 이달 말까지 연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