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최경환 "당내서 싸우는 모습 보여선 안돼" 공감
결선투표·전략공천 놓고 친박-비박 대립…'일촉즉발'
또 고개드는 '험지출마론'…당사자들 "받아들일 수 없다"


새누리당의 내년 4·13 총선 공천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잠복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공천룰을 놓고 양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정면 충돌할 경우 야권의 분열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자멸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전략공천이나 결선투표제 도입 등 공천룰의 핵심 사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당의 간판급 인사들을 차출해야 한다는 '험지출마론'도 고개를 들어 공천룰 갈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에 비유된다.

◇공천룰 특별기구 내주 출범할듯…인선 막판 조율 = 공천룰 관련 특별기구 위원장에 위촉된 황진하 사무총장은 11일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구를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황 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천은 총선 승리의 출발점이자 마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현행 당헌·당규를 기반으로 현역과 신인 모두에게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깨끗하게 승복할 공천룰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공천룰 가운데 현재 논란이 되는 결선투표제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는 지역구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면 정치 신인이나 원외(院外) 인사에, 오차범위 수준의 접전 지역구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면 현역 의원에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따라서 황 총장의 발언은 결선투표제 시행 기준을 '현역과 신인 모두에게 공정한' 형태로 절충, 공천 결과가 뒷말을 낳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황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기구가 다음 주 중 위원 인선을 마치고 발족할 예정인 만큼 공천룰 관련 논의는 일단 특별기구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계파 갈등이 당장 표면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별기구 인선은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10명 이내에서 사무총장단이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간 이견은 여전…전략공천 '불씨' 남아 = 비박계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실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저녁에 만나 공천룰을 놓고 계파가 싸우는 모습을 자제하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만찬에 동석했던 한 의원은 "당내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국민이 볼 때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객관적인 공천만 하면 야당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와 최 부총리의 공통된 견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천룰 갈등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략공천에 대해 김 대표가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가운데 결선투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비박계와 결선투표 및 전략공천이 일정부분 불가피하다는 친박계의 입장 차이는 여전한 게 사실이다.

또 이명박 정부 탄생에 기여했던 전·현직 의원 30여명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 40여명도 다음주 잇따라 송년회를 개최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만큼, 이 자리에서 총선룰에 대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친박계와 대립각은 한층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특별기구 논의 역시 이 같은 계파의 뚜렷한 대립 구도가 옮겨진 '대리전' 형태로 흐를 경우 공천룰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는 언제든지 충돌 국면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현재 246개 지역구에서) 전략공천을 20%로 하겠다는 것은 손에 약 50명의 카드를 쥔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런 카드도 없이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선거를 하면 백전백패"라고 지적,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누구는 일찌감치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로 경쟁이나 경선을 피해 온전하게 본선에 진출시키는 그런 모습은 되레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전략공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고개드는 '험지출마론'…당사자들 "수용불가" = 당내 일각에선 특정인을 겨냥한 험지출마론이 제기되면서 총선룰을 둘러싼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험지출마론은 접전이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당의 간판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주로 제기하고 있다.

전·현직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김성태 의원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혜훈 전 최고위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대희 전 대법관, 정몽준 전 대표,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을 콕 집어 서울에서 야당이 유리한 지역에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역시 수도권 출신의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많은 훌륭한 자산들이 수도권에 출마해서 당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안정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험지출마론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지도가 높은 이들 인사가 야당의 텃밭에 출격해야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고,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지역에서 의석을 빼앗아올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험지출마 대상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일제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종로 출마 의사를 굳힌 오 전 시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종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보다 낮게 나왔던 곳"이라며 "야당의 전 대표(정세균 의원)가 지키는 '정치 1번지' 종로가 험지가 아니라면 어디가 험지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서초갑에서 내리 재선을 하고 3선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험지출마론이 제기된 다른 인사들과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신영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