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모술 주변에 주둔한 터키군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터키 간 갈등이 유엔으로 번졌다.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터키군의 배치를 비난했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안보리 비공식 협의 발언을 통해 "터키가 이라크의 동의 없이 추가로 파병하는 등 무모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안보리의 다른 서방 회원국들도 우방 터키에 대해 시정을 명령하거나 이라크의 주권을 재확인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터키군의 이라크 주둔 상황에 대한 안보리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사국들의 통일된 메시지를 담을 경우 회의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이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터키군의 이라크 주둔 문제를 논의하고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협의를 요구해왔다.

12월 안보리 순회의장국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 연합군을 이끄는 미국이다.

이에 대해 무함마드 알리 알하킴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는 "이라크 정부와 터키가 협의 중이며 잘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와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터키와 이라크 간의 만남을 환영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 문제를 푸는 최선의 방안은 양국이 대화를 통해 푸는 것이라고 계속 믿고 있다"며 "양국이 논의 중이라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지난 5일 전차와 야포로 중무장한 터키군이 이라크 중앙정부의 허가나 요청 없이 무단으로 이라크 북부 모술 주변에 주둔했다면서 8일까지 철수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터키는 모술 부근에 20대의 탱크와 150∼300명의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는 터키군이 모술 부근에 주둔하면서 IS와 싸우는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군사조직 페슈메르가를 지원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 이후부터는 러시아에 편을 들면서 터키군 주둔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유엔은 터키와 이라크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터키군 주둔 문제에 관한 이견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 AFP=연합뉴스)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