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조 퇴직연금 시장 '빅뱅'] 투자자 77% "어디에 얼마 투자되는지 몰라"
저위험 투자로 노후부담 가중
미국식 '디폴트옵션' 도입해야
지난 7월 정부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실적배당형 투자 한도를 40%에서 70%로 확대한 것도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가 풀린 지난 3분기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비중은 전 분기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투자자와 가입 기업의 무관심이 저위험, 저수익 투자관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머서코리아가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투자자 중 77.3%가 퇴직연금에 매달 얼마의 자금이 들어가는지, 어떤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2.0%는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한 안내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국 연금 시스템의 글로벌 경쟁력은 최하위다. 머서와 호주금융센터(ACFS)가 세계 25개국의 연금제도를 평가한 ‘2015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지수(MMGPI)’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D등급 평가를 받았다. 종합지수는 43.8점으로 25개국 중 24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별도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은 DC형 가입자의 돈을 미리 짜놓은 포트폴리오에 맞춰 운용하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선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은 가입자들이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자동 가입되도록 하고 있다. TDF는 가입자 나이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미국의 디폴트옵션 가입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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