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주도한 시위대 4명 중 3명 '복면' 썼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폭력 시위를 벌인 시위대 중 대부분이 복면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신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정갑윤 새누리당 국회의원(국회 부의장)은 시위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14일 시위에서 과격행위를 한 시위대는 594명으로 이 중 74%인 441명이 복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수집한 영상과 증거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다. 경찰은 얼굴이 드러나 신원을 파악한 153명에게 출석요구 소환장을 보냈지만 복면 시위를 한 441명은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시위대는 복면한 채 경찰에 보도블록과 진흙, 각목 등을 던져 위협하거나 죽창과 쇠파이프, 망치를 휘둘러 경찰을 폭행했다. 경찰버스를 밧줄로 잡아끌어 차벽을 무너뜨리거나 버스 유리창을 부수고 주유구에 방화를 시도한 이들도 대부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복면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 시위대 대부분이 과거에도 비슷한 폭력·과격 시위에 앞장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와 이틀 뒤 열린 ‘세월호 범국민 대회’에서도 폭력 시위 참가자 중 90%가 복면이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다음달 5일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도 이들이 복면과 마스크를 쓴 채 과격 시위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적 진행을 위해 경찰과 정부, 집회 주최 측의 대화를 중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법 집행기관으로서 집회·시위 준법의 문제는 화쟁위의 중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갑윤 의원은 이날 폭력 시위 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가중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비폭력 침묵시위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건강상의 이유나 성매매 여성 등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가 허용된다. 정 의원은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도 복면을 쓴 시위 참가자들은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도 이상열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으며 18대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됐다. 하지만 모두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윤희은/이정호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