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중 FTA 비준,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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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개방에 일사불란한 일본
한·중FTA 발목잡는 한국 정치
정쟁 접고 통상 실익 생각해야"
배상근 <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한·중FTA 발목잡는 한국 정치
정쟁 접고 통상 실익 생각해야"
배상근 <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2010년 일본에서는 사카모토 료마 열풍이 일었다. 사카모토 료마는 1835년에 태어난 에도시대의 하급무사 출신으로 이른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주도해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통한 중앙집권적 근대국가의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다. 그 결과 일본은 봉건질서를 유지하려는 막부 체제에서 근대화로 이행하는 전기를 맞았다. 일본이 다시금 사카모토 료마에게 매료된 이유는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미래를 고민하던 때라 더욱 그의 혜안과 리더십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사카모토 료마의 키워드는 시대정신인 개방과 근대화였다.
일본의 메이지유신 당시 조선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도정치와 삼정(三政)의 문란 등으로 백성의 삶은 피폐해지고 사회적으로 민란과 봉기가 이어졌다. 세계 열강이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도 쇄국정책으로 문을 걸어잠그는 데만 급급했다. 그 결과 세계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채 자주권을 잃어버리는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고 말았다. 당시 조선의 키워드는 쇄국과 사대주의였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이후 각기 다른 역사를 경험하게 된 것은 개방과 쇄국이란 키워드 차이가 아니었을까.
국회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와 여당 얘기대로 26일까지 처리될지 오리무중이다. 야당은 ‘정해진 시간표를 가져선 안 된다’며 한·중 FTA의 경제성과 피해보전대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와서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끌기를 넘어 하지 말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대책이 없다’, ‘불법어로 금지 대책이 없다’ 등 양국 간 교역자유화의 원칙을 정하는 협정에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문이 나오는가 하면 무역이득공유제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제도로 딴죽 거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기업의 이익에는 법인세 등 세금이 매겨진다. FTA 비준으로 이익이 늘면 더 많은 세금을 낼 테고, 정부는 그 재원으로 농가지원 등 각종 정책의 예산으로 사용하면 될 일이다. 기업이 무역이득공유제의 형태로 추가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이중과세나 다름없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지난 23일 FTA 민간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수출이 연속 10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최대 수출시장인 대중(對中) 수출 역시 줄어드는 등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그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한·중 FTA 발효가 시급하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발효가 내년으로 미뤄지면 1개월 차이로 1년분의 관세인하 효과를 잃는 등 기회비용이 막대하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1~2년의 이득이나 손실의 문제가 아니다. 안 그래도 중국은 경제고도화를 목표로 산업과 시장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한국 경제를 맹추격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중국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것이다.
FTA가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이다. 각국은 지역 단위나 소수의 국가 간, 최근에는 10여개국이 넘는 규모까지 다양한 FTA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과실을 남들보다 빨리 선점하려는 각국 통상정책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한국은 정쟁 때문에 이 첨예한 FTA 경쟁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다시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그 단적인 예다. 하지만 TPP를 두고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정쟁을 위한 정쟁 양상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우리가 또다시 150년 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26일엔 한·중 FTA 비준안이 반드시 처리되길 바란다.
배상근 <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일본의 메이지유신 당시 조선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도정치와 삼정(三政)의 문란 등으로 백성의 삶은 피폐해지고 사회적으로 민란과 봉기가 이어졌다. 세계 열강이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도 쇄국정책으로 문을 걸어잠그는 데만 급급했다. 그 결과 세계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채 자주권을 잃어버리는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고 말았다. 당시 조선의 키워드는 쇄국과 사대주의였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이후 각기 다른 역사를 경험하게 된 것은 개방과 쇄국이란 키워드 차이가 아니었을까.
국회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와 여당 얘기대로 26일까지 처리될지 오리무중이다. 야당은 ‘정해진 시간표를 가져선 안 된다’며 한·중 FTA의 경제성과 피해보전대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와서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끌기를 넘어 하지 말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대책이 없다’, ‘불법어로 금지 대책이 없다’ 등 양국 간 교역자유화의 원칙을 정하는 협정에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문이 나오는가 하면 무역이득공유제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제도로 딴죽 거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기업의 이익에는 법인세 등 세금이 매겨진다. FTA 비준으로 이익이 늘면 더 많은 세금을 낼 테고, 정부는 그 재원으로 농가지원 등 각종 정책의 예산으로 사용하면 될 일이다. 기업이 무역이득공유제의 형태로 추가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이중과세나 다름없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지난 23일 FTA 민간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수출이 연속 10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최대 수출시장인 대중(對中) 수출 역시 줄어드는 등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그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한·중 FTA 발효가 시급하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발효가 내년으로 미뤄지면 1개월 차이로 1년분의 관세인하 효과를 잃는 등 기회비용이 막대하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1~2년의 이득이나 손실의 문제가 아니다. 안 그래도 중국은 경제고도화를 목표로 산업과 시장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한국 경제를 맹추격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중국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것이다.
FTA가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이다. 각국은 지역 단위나 소수의 국가 간, 최근에는 10여개국이 넘는 규모까지 다양한 FTA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과실을 남들보다 빨리 선점하려는 각국 통상정책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한국은 정쟁 때문에 이 첨예한 FTA 경쟁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다시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그 단적인 예다. 하지만 TPP를 두고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정쟁을 위한 정쟁 양상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우리가 또다시 150년 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26일엔 한·중 FTA 비준안이 반드시 처리되길 바란다.
배상근 <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