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족 위한 맞춤형 요금제 '봇물'…특정 시간·공간 무제한 이용
목동에 사는 김윤정 씨(29)는 월말이면 늘 스마트폰 데이터 부족에 시달린다. 출퇴근 버스에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있어서다. 분당에 사는 이정훈 씨(35)도 마찬가지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즐겨보는 그는 요금 폭탄을 맞지 않을까 늘 불안하다. 통신사들이 김씨 이씨와 같은 이용자를 겨냥한 데이터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데이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게임 접목 상품 ‘눈길’

KT는 올해 9월 ‘데이터 룰렛’이란 데이터 특화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게임을 접목한 방식으로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KT 올레 멤버십 1800포인트를 써 권총 룰렛 게임에 참여하면 100메가바이트(MB)~1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기존엔 1800포인트로 100MB만 구매할 수 있었다. 게임을 통해 획득한 데이터는 다음달 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 상품은 매월 25일부터 말일까지만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매월 말 데이터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을 고려했다.

두 달(9월 말과 10월 말)간 데이터 룰렛 이용자는 20만명에 달했다. KT 관계자는 “운이 좋으면 최대 10배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며 “9월 이용자의 32%가 10월에 재사용했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5월 ‘데이터 밀당’을 선보여 국내 데이터 특화 상품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다음달 데이터를 최대 2GB까지 당겨쓸 수 있다. 통신 3사는 이달에 다 쓰지 못한 데이터를 다음달에 이월해 쓰는 상품을 제공했다. 데이터를 당겨쓰는 상품을 내놓은 것은 KT가 처음이다.

이 상품은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텔레콤스닷컴 어워드 2015’에서 ‘모바일 요금 혁신상’을 받았다. KT는 “가입자들이 지난 5개월간 총 465테라바이스(TB)의 데이터를 당겨써 100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간·장소·콘텐츠 특화 상품도

SK텔레콤은 시간과 장소 콘텐츠에 특화한 데이터 상품 10종을 제공한다. ‘밴드 타임프리’는 출근·점심·퇴근 시간대(7~9시, 12~14시, 18~20시) 중 선택해 매일 1GB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월 이용요금은 5000원(부가세 제외). 가입자들이 데이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간대를 반영해 기획했다. 출퇴근 및 점심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게임 등을 즐기는 직장인, 대학생 등에게 유용하다.

이 밖에 출퇴근 시간에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밴드 출퇴근프리’, 전국 지하철역과 지하철 내에서 데이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밴드 지하철프리’, 스포츠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는 ‘밴드 T스포츠팩’, 모바일 인터넷TV(IPTV)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밴드 Btv 모바일팩’ 등의 상품이 있다.

LG유플러스는 다양한 비디오 요금제를 내놨다. ‘지하철 비디오 프리’ 상품에 가입하면 매일 지하철에서 1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비디오 요금제 가입자는 한 달에 최대 62GB 데이터를 쓸 수 있어 동영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디오 팩’도 있다. 영화를 무제한 볼 수 있는 LG유플러스 월정액 서비스 ‘유플릭스 무비’에서 전용 데이터 3GB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LG유플러스는 연말까지 업로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업로드 데이터 프리’ 행사를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 LTE 요금제 가입자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유플러스 데이터 상품권도 판매한다. 50MB~5GB까지 일곱 가지 종류로 등록 후 1년간 사용 가능하다. LG유플러스 홈페이지와 전국 CU 편의점에서 사면 된다.

음성보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시대

통신사들이 데이터 특화 상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보급화로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음성통화보다 데이터를 더 많이 쓴다. KT 관계자는 “10년 전 8 대 2였던 음성 대 데이터 사용 비율이 4 대 6으로 완전히 역전했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LTE 데이터 이용량은 올해 5월 13만2545TB에서 9월 15만812TB로 증가했다. 단 4개월 만에 이용량이 13% 늘어난 것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