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모술대 폐쇄했지만…연구 의지는 꺾지 못해"
“저는 이제 난민입니다. 다쉬(Daash)가 모술을 점령한 직후 집도 잃고 가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아짐 아주즈 이라크 모술대 물리학부 교수(사진)는 지난해 6월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요충지 모술을 장악한 직후 가족과 함께 도시를 탈출했다. 다쉬는 IS를 부르는 아랍어다.

아주즈 교수는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IS는 과학자뿐 아니라 모술 시민에게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영토인 다후크에 가족과 머물고 있다. IS가 모술을 장악한 직후 모술대는 폐쇄됐고 교수들은 흩어졌다. IS는 한때 이라크 내 2위 대학이던 모술대의 건물과 도서관 건물을 상당수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내외 매체는 IS가 지난 11일 세균 무기 개발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모술대 물리학과 알아비디 학장을 모술 중심부 광장에서 총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술대 정교수인 아주즈 교수는 “IS가 최근 세균 무기 개발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모술대 물리학부 압둘라 술탄 알아비디 학장은 실존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함께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압둘 라자크 알리 하스완 교수 역시 현존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주즈 교수는 “압둘라 술탄 알아비디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주즈 교수는 이와 관련, “IS 측이 뭔가를 노리고 벌이는 새로운 선전활동의 하나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술에 남아 있는 동료들과 연락하고 있다”며 “모술에서 시민의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캠퍼스를 잃은 모술대 이공계 교수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세계 연구자들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리서치게이트 등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모술대 교수들은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즈 교수 역시 난민 생활을 하면서 올해 5월 국제학술지에 이라크에서 진행되는 기후 변화의 증거라는 주제로 논문을 냈다. 모술대는 올초 쿠르드족 점령지인 쿠르크와 다후크, 자호 등 3개 도시에서 캠퍼스를 열었다. 아주즈 교수는 “IS가 모술대를 폐쇄했지만 한 학기 공백을 마치고 대안 캠퍼스를 열었다”며 “동료와 함께 힘들지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