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부동자금이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로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지만 투자 등을 통해 선순환되지 못한 채 시중 자금이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단기부동자금 1년만에 21% 증가



1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약 921조8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전보다 무려 21.0%나 증가한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 75조1천억원, 요구불 예금 175조1천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429조6천억원, 머니마켓펀드(MMF) 69조8천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1조5천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22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7조8천억원 등이다.



MMF 등 잔액은 금융사 간 거래인 예금취급기관 보유분과 중앙정부, 비거주자의 보유분을 빼고 집계한 것이다.



여기에 6개월미만 정기예금 79조1천억원과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22조원을 합쳐 시중에 대기중인 단기 부동자금을 구했다.



이 기준의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연말 기준) 539조6천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646조7천억원으로 19.8% 급증했다.



이어 2010년 653조5천억원(1.0%), 2011년 649조9천억원(-0.5%), 2012년 666조4천억원(2.5%)의 추이를 보였다. 이 시기에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에서 늘거나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2013년 712조9천억원으로 7.0% 늘고 2014년에는 794조8천억원으로 11.5% 급증, 경제 덩치보다 단기 부동자금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결국 올해 1월말에 800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8개월만에 다시 900조원도 넘어섰다.



무엇보다 금리가 1%대로 떨어질 만큼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시중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 현금화하기 쉬운 대기성 자금 형태로 시장 주변을 떠도는 데 따른 현상이다.



◇ 통화승수는 19년만에 17배 수준으로 하락



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자금이 경제 전반에 얼마나 잘 도느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통화승수는 갈수록 낮아지고있다.



통화승수는 높을수록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신용 창출을 활발히 했다는 의미를 갖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본원통화에 대한 광의통화(M2)의 배율로 산출된다.



지난 9월 통화승수(평잔 기준 본원통화 대비 M2)는 17.6배에 그쳤다.



통화승수가 18배 아래로 떨어지기는 199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통화승수는 1999년 한때는 32.7배에 달했으나 갈수록 낮아져 작년 말에는 19.0배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18배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은 통화승수 하락세의 이유로 고액권인 5만원권 현금의 보급 확산, 달라진 금융상품의 구조 등을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자금의 단기부동화를 부추기는 현상도 나타났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PB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3개월이나 6개월짜리 채권 등 단기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한국 금리도 시차를 두고 따라서 오를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금리 상승에 대비해 일단 자금을 단기간 운용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심리는 최근 증시의 하락세와도 연결이 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험 회피 심리가 커져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향하면서 현금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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