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선택에 달린 '문재인 대표 운명'
혁신 앞세워 비주류 수장 부상
'중대 결단' 압박…몸값 높이기
문재인 '안·박과 연대' 승부수
중진 등 연대 제의에 긍정적
안철수가 거부하면 사퇴 가능성
그는 최근 문재인 대표와 혁신 문제 등을 놓고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내 비주류 수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내외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문 대표뿐만 아니라 비주류, 중도파, 당을 떠난 신당파까지 그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문 대표와 연대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대표직 사퇴 여부를 포함한 문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대표는 17일 기자를 만나 여러 계파와의 연대설에 대해 “당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전제를 깔았다. 연대에 일단 부정적이지만 지금까지 그의 발언 내용을 살펴볼 때 탈당을 제외하곤 각 계파와의 연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란 얘기도 측근들로부터 흘러나온다. 예전과 달리 연대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과 2012년 대선 후보 양보, 2014년 신당 포기 후 합당까지 ‘들러리’만 섰다는 피해의식이 있을 것”이라며 “여러 번의 학습효과로 연대 이후 상황을 꼼꼼하게 그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중도성향 중진급 8인 인사의 모임인 ‘통합행동’은 ‘문안(文-安)연대’를 구심점으로 ‘세대혁신 비상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당내 통합과 혁신, 범야권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며 연대 후 통합전당대회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민주당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과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등 비주류도 문 대표 퇴진 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내부에서도 현실적 대안으로 ‘문안연대’가 주도하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을 더 수긍하는 분위기다.
문 대표도 당 안팎의 연대 제의를 적극 수용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안 전 대표가 수긍할 만한 ‘연대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제시한 당내 부패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을 위한 10개 혁신안을 선결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이날 “지금 선거(체제)에 돌입하자 저한테 어떤 자리를 준다든지 하는 건 완전히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와의 연대 조건이 혁신안 수용이냐’는 질문에 “제가 무슨 자리를 얻고자 (혁신을) 주장했던 게 아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둘의 연대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끊이지 않은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려는 문 대표나 이제 비주류 수장으로 대접받는 안 전 대표로선 이번 연대가 대권가도에 올라탈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당 관계자는 “당 혁신에 대한 둘의 인식은 본질적으로 같다”며 “당이 안정되면 정풍운동에 가까운 안철수의 혁신안을 문 대표가 못 받을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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