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연계해 처리하기로 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법안과 야당이 원하는 예산을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등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17일 주요 정부 부처 장·차관들과 정기국회 현안 긴급 당정협의를 하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필요로 하는 예산안과 연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요 법안과 예산안의 연계 처리 방침은 새누리당이 택한 ‘고육지책’으로 정치권에선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에 막혀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여당이 강행 처리할 수 없다. 김 의장은 “모양이 썩 좋지 않지만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야당이 원하는 예산을 받아주는 대가로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요구하겠다는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더라도 내년 예산안을 12월2일까지 통과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어 여당이 예산을 매개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여지가 있다. 새누리당은 예산안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에 여당 요구만을 담은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적용 대상에 보건의료를 포함하기로 하는 등 경제활성화법을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경제활성화법 중에선 여야가 일부 수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있어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정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오는 26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18일부터 이를 위한 여야정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당정협의체 형태로라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한·중 FTA를 26일 비준해야 기업들이 연말 1차 관세 혜택을 받고 내년부터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또 누리과정(영유아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 재정으로 충당하고 법인세를 인상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법인세는 국제 경쟁 조세”라며 “2008년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인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