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부가 할 일, 기업에 맡길 일
기업이 언제나 당면하는 과제는 기존의 이윤 기회를 지키고 새로운 이윤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윤 기회란 미처 채워지지 못한 소비자들의 선호(選好)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회를 말하며, 이윤이 있다는 것은 자원배분에서 뭔가 부조화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즉 특정 생산요소가 미래에 얻어낼 가치를 시장이 저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예리하게 발견한 기업가는 행동에 옮겨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함으로써 이윤을 얻는다. 따라서 이윤은 자원배분의 부조화를 해소하고 효율성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 세상은 완전하지 않으므로 부조화가 존재하고 이윤 기회도 언제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이윤 기회는 장기적으로 소멸되는 경향이 있다. 후발 주자가 시장에 들어와 생산물 공급이 늘어나면 그 가격은 떨어지고, 생산물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요소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그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PC 보급 확대에 따른 가격 변화 추이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이 생존하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윤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세계 전자업계를 선도했던 일본의 소니는 새로운 이윤 기회를 찾아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일등 자리를 내줬다. 핀란드의 노키아도 새로운 이윤 기회를 찾지 못하고 기존의 이윤 기회도 지키지 못해 결국 휴대폰 시장에서 물러났다.

지금 일류 반열에 올라선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도 바로 새로운 이윤 기회를 찾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기업 간 경쟁은 점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방식에서 기업 자체를 통째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그 양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멀리 보고 준비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는커녕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판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1차적으로 기업 몫이지만, 정부는 기업이 이런 일에 역량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각국은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앞다퉈 법인세를 낮추고,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이윤 기회 창출의 밑바탕이 되는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노동과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판단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한 나라의 생존과 번영은 부국강병(富國强兵)에 달려 있다. 강병은 강력한 군사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정부 영역에 속한다. 부국은 경제력을 의미하며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경제력의 뒷받침이 없는 강병은 일시적이며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냉전 시대에 강병에만 치중하고 부국을 이루지 못한 옛 소련의 몰락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에 미국은 강병과 부국을 동시에 이뤄내 여전히 세계 패권국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튼튼한 국방을 위한 강병과 내적 안녕을 위한 치안 및 법질서 유지에 치중하고, 부국은 기업을 비롯한 민간 영역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금 역시 그에 걸맞게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넘어 정부 영역이 넓어지면 생산된 자원의 많은 부분이 정부로 흘러가 민간이 부국에 쓸 수 있는 자원은 그만큼 줄어든다. 세금을 아껴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없이 자명한 사실이다. 정부 세출을 그런 원칙 아래 조정한다면 개인소득세든 법인세든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을 더 걷어야 할 이유는 사라진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많아져야 개인들이 직업을 가지고 소득 활동을 할 수 있다. 정부 재정도 튼튼해져 강병을 뒷받침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이윤 기회를 찾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을 갖춰 나라 살림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인과 나라를 모두 이롭게 하는 길이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