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 공략에 '기습전술'까지 동원한 시위대
지난 14일 서울 도심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는 경찰 차벽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체계적인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벽 공략’을 위해 시위대가 동원한 새로운 도구와 전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경찰은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입증되고 신원이 확인된 시위 가담자에 대해 전원 소환장을 보낼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살수차 무력화를 위한 시위대의 ‘기습 전술’이다. 14일 저녁 서울 서린교차로에서는 시위대의 차벽 접근을 막기 위해 동원된 살수차 두 대가 동시에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살수차와 물 공급장치를 연결하는 호스가 거의 동시에 끊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시위대의 일부로 보이는 이들이 칼로 호스를 절단했다”며 “해당 사진을 확보하고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하철 출입구 등을 통해 차벽 뒤로 침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로 교차로 등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미리 제작한 쇠갈고리가 등장했다. 차벽 위에 설치된 경찰 망루를 쇠갈고리로 걸어 부수기 위한 도구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차벽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한 적은 많았지만 차벽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여러 수단이 동원돼 실제 경찰버스를 끌어내는 등 성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살수차가 쏜 물에 맞아 크게 다친 백모씨와 관련해 페이스북 등에 유포되고 있는 잘못된 동영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경찰이 백씨를 이송하는 구급차에 살수하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에 대해 진정무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은 “다른 장소에서 찍힌 영상으로 백씨는 차벽에서 160m 뒤쪽에 있는 구급차에 안전하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무방비 상태로 서 있던 시위 참가자가 살수에 맞아 넘어지는 영상도 백씨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체증 영상에서 백씨는 파란색 우의를 입고 경찰버스에 연결된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

경찰청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불법폭력시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6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불법 시위 주도자와 폭력 행위자를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지난 14일 집회에서 경찰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 진출을 목표로 복면을 쓴 채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방화, 투석 등 불법폭력시위를 벌였다”며 “이런 불법폭력시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집회 현장에서 검거한 연행자 49명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8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손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 때 경찰이 차벽으로 설치한 버스를 훼손하는 등 경찰 기물을 파손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