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출신 원로·중견 변호사 수백명이 ‘사법시험을 예정대로 폐지해야 한다’고 성명을 내는 등 사시존폐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사시 출신 변호사들이 공개적으로 사시 폐지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찬희 변호사(사법시험 40회)와 이철희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장, 임지영 변호사(변호사시험 2회) 등은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라 사법시험과 병존할 수 없다”며 “이제 와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깨는 일이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민병국(고등고시 사법과 15회), 송기방(16회) 등 원로 변호사들부터 박현상 전 대구지방변호사회 부회장(사시 23회), 조대환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사시 23회),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사시 24회),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사시 25회) 등 변호사단체 임원을 지낸 변호사들이 대표자로 이름을 올렸고 수백명의 사시 출신 변호사들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이날 오전에는 고시촌이 밀집한 서울 신림동을 지역구로 둔 신언근 서울시의회 의원이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국민이 빈부, 학력, 배경, 나이 등을 극복하고 누구나 법조인이 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시의원 105명 전원을 대상으로 사시 존치 결의안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지식허브연구센터가 주최한 ‘사법시험, 존속인가 폐지인가’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2009년 이후 사법연수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6%가 ‘로스쿨만 있었다면 경제적 이유로 법조인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답할 정도로 기회균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시험이 존치되면 각 대학 캠퍼스는 다시 예전처럼 거대한 고시반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 관련 개정 법률안들은 내년 4월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자동폐기된다.

김인선/오형주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