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CIO 공모 '예상 밖' 흥행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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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줄어든 10여명 지원
이동익·박석환·정재호 씨 등
"정치바람 탈라" 잠재후보들 포기
이동익·박석환·정재호 씨 등
"정치바람 탈라" 잠재후보들 포기
약 500조원의 기금 운용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 공개모집이 16일 마감됐다. 지난 3일 임기가 끝난 홍완선 본부장의 후임을 뽑는 공모에 10명 남짓한 지원자가 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박석환 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 새마을금고중앙회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정재호 유진PE 대표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공모는 지난달 행정공제회 CIO 모집에 23명, 2013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모집에 22명이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특히 그동안 원서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연기금 전·현직 CIO가 대거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자본시장 대통령’이라는 국민연금 CIO의 별칭이 무색해졌다.
이처럼 분위기가 식은 이유는 지난달 불거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 본부장 간의 내홍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CIO가 ‘정치적인 자리’로 인식되면서 정치적인 배경이 없는 인물들은 선뜻 지원서를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이사장 자리도 공석이어서 이번 공모에서 CIO로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차기 이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임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말로 예정된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기금운용본부의 공사 독립 등 정치적 이슈들을 해결해야 하는 점도 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지원을 꺼리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위 공무원 취업 제한 규정이 지난 3월 2년에서 3년으로 강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CIO의 임기는 기본 2년에 성과가 좋으면 1년씩 연장하는 구조다. 하지만 6명의 전임 CIO 중 임기가 연장된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이번 공모에 나서지 않은 한 공제회 전임 CIO는 “50대 중반이면 업계 경력에 정점을 찍는 나이인데 2년 일하고 3년 동안 아무 곳에도 취업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자본시장 대통령이라 한들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규정상 국민연금 CIO는 국내 금융회사는 물론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기업에도 취업하지 못한다. 교수 말고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류를 다 준비해 놓고도 제출하지 않은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투자에 전념하는 것 외에 복잡한 사안이 너무 많다”며 “수가 보이지 않을 때는 욕심이 나더라도 쉬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창재/좌동욱 기자 yoocool@hankyung.com
하지만 이번 공모는 지난달 행정공제회 CIO 모집에 23명, 2013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모집에 22명이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특히 그동안 원서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연기금 전·현직 CIO가 대거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자본시장 대통령’이라는 국민연금 CIO의 별칭이 무색해졌다.
이처럼 분위기가 식은 이유는 지난달 불거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 본부장 간의 내홍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CIO가 ‘정치적인 자리’로 인식되면서 정치적인 배경이 없는 인물들은 선뜻 지원서를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이사장 자리도 공석이어서 이번 공모에서 CIO로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차기 이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임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말로 예정된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기금운용본부의 공사 독립 등 정치적 이슈들을 해결해야 하는 점도 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지원을 꺼리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위 공무원 취업 제한 규정이 지난 3월 2년에서 3년으로 강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CIO의 임기는 기본 2년에 성과가 좋으면 1년씩 연장하는 구조다. 하지만 6명의 전임 CIO 중 임기가 연장된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이번 공모에 나서지 않은 한 공제회 전임 CIO는 “50대 중반이면 업계 경력에 정점을 찍는 나이인데 2년 일하고 3년 동안 아무 곳에도 취업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자본시장 대통령이라 한들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규정상 국민연금 CIO는 국내 금융회사는 물론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기업에도 취업하지 못한다. 교수 말고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류를 다 준비해 놓고도 제출하지 않은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투자에 전념하는 것 외에 복잡한 사안이 너무 많다”며 “수가 보이지 않을 때는 욕심이 나더라도 쉬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창재/좌동욱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