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16일 멕시코에서 열린 LPGA투어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5승을 달성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인비가 16일 멕시코에서 열린 LPGA투어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5승을 달성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골프 천재’ 카를로타 시간다(25·스페인)는 스페인 골프 영웅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49)의 애제자다. 발가락 3개를 잃고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제패한 올라사발은 중요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시간다에게 ‘원포인트 퍼팅 레슨’을 전수하며 첫 승을 기원했다. 10대 때부터 유럽 아마추어 골프 무대를 평정한 그가 모국 스페인을 대표할 ‘골프 여제’로 커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스승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또다시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시간다는 이듬해 노스텍사스슛아웃 대회에서 최종일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가 4타를 줄인 박인비에게 덜미를 잡혀 첫 승 기회를 날렸다. 올해 그 악몽이 재연됐다. 16일 멕시코에서 끝난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다.

○시즌 5승… ‘흔들리지 않는 비’

시간다의 퍼팅 능력은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LPGA투어 최하위 수준인 80~100위권을 오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A게임’을 했다. A게임은 골퍼들 사이에서 최고의 날로 통한다. 퍼팅에 불이 붙었다. 이른 바 ‘그분이 오신 날’이다.

박인비에 4타 뒤진 채 최종일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이날 멕시코시티 멕시코GC에서 열린 대회에서 하루 9타를 줄이며 신들린 샷을 뿜어냈다. 이글 1개, 버디 8개, 보기 1개였다. 합계 15언더파를 친 그는 “데뷔 이후 가장 잘 친 날”이라고 했다. 9언더파는 그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다.

박인비는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낸 박인비는 최종합계 18언더파로 첫 승을 꿈꾸던 시간다를 3타 차로 가뿐히 제압하며 5승 고지에 올랐다. 마지막홀을 파로 마무리한 시간다는 캐디와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며 생애 최고의 경기를 펼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박인비-리디아 고, 최종전서 여제 가린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헌액 자격 조건(27점)에 2점 모자랐던 박인비는 1점을 보태 1점만을 남겨두고 있다. LPGA는 투어 우승자에게 명예의 전당 포인트 1점을,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2점을 준다.

○“여제 가리자”…최종 대회 ‘전운’

남은 숙제는 시간다와 급이 다른 천재 리디아 고(18)다. 그를 넘어야 골프 여제 타이틀을 온전히 탈환할 수 있다.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무대는 오는 20일(한국시간) 개막하는 LPGA투어 마지막 대회 CME그룹투어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이다.

상금과 다승,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에서 모두 2위에 머물렀던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평균 타수를 69.433타로 줄여 69.449타인 리디아 고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도 3점 차까지 좁혔다. 상금 격차 역시 마지막 대회 우승상금(50만달러)보다 적은 19만달러가량으로 줄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