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딸을 숨지게 한 엄마의 사정을 딱히 여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6세 딸을 체벌하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기소된 정모씨(41)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정씨는 남편과 별거하며 혼자 살다가 2013년 남편이 지병으로 숨지자 다섯 딸을 데려와 키웠다. 아버지와 살며 영양실조였던 딸들은 엄마와 살며 상태가 나아졌다. 맏딸은 취직해 가족 생계를 책임졌다.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해 8월. 정씨는 넷째 딸의 도벽을 알게 됐다.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고 학교까지 마중을 나가 데려오는 등 정성을 쏟았지만 정씨는 아이가 도벽을 버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정씨는 딸에게 벽을 보고 앉게 하는 벌을 줬다. 그러나 딸은 벌을 받다 졸았다. 정씨는 아이를 꾸짖으며 팔·다리 등을 때리고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장식장 모서리와 벽에 머리를 부딪혔고 다발성 외상으로 숨졌다. 정씨는 “어린 딸이 도벽 습성을 보인 것도 엄마의 관심을 받으려는 것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좀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해 후회된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딸의 죽음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갈 피고인이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간절히 요구하는 남은 딸들 곁에서 속죄할 수 있도록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