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비거리가 왜 갑자기 확 늘었지?
‘희한하네. 비거리가 왜 갑자기 확 늘었지?’

‘역전의 여왕’ 김세영(22·미래에셋·사진)은 장타로도 유명하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평균 비거리가 262.3야드(239.8m)로, 이 부문 10위다. 그런 김세영이 멕시코에서 열린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 대회 1라운드에서 평균 276야드를 기록했다. 평소보다 14야드를 더 날린 셈. 현재 LPGA투어 드라이버 비거리 1위인 조애나 클래튼(미국·274.42)을 능가하는 화끈한 장타다. 김세영이 이날 유독 장타에 욕심을 낸 것일까.

비거리가 갑자기 확 늘어난 비밀은 사실 대회장에 있다. 멕시코GC는 해발 2300m에 있는 고지대 골프장이다. 지대가 높으면 골프공이나 야구공 등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현상. 공기층이 희박해지면서 공기저항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발 1500~2500m의 고지대에서는 최대 10%까지 비거리가 늘어난다. 김세영뿐만 아니라 렉시 톰슨과 브리트니 린시컴 등 대표적인 LPGA 장타자들이 평소보다 10~15야드 긴 280~290야드의 드라이버 티샷을 날렸다.

멕시코의 고지대 야구장에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원리가 작용한 결과다. 대회 주최 측은 이런 점을 감안해 코스 전장을 지난해 6684야드에서 올해 6804야드로 늘렸다. 장타자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한 코스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비거리가 갑자기 변하면 세컨드샷을 할 때 평소 자주 잡던 클럽보다 짧게 잡는 등 익숙하지 않은 샷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세영은 이날 거리 조절에 애를 먹어 더블 보기 1개, 보기 2개 등을 범하며 언더파 행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