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사회가 “총장 선출 과정에 교수들의 투표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의장 서길수 경영학과 교수)가 “인준 투표를 시행하겠다”고 정면 반기를 들었다. 차기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이사회와 교수들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연세대 교수평의회는 11일 서울 신촌동 백양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 후보 소견 발표회가 끝난 이후인 이달 27일부터 12월2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후보들에 대한 사전 인준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투표를 금지한 이사회 지침을 거부한 것이다.

연세대는 2011년 정갑영 총장 선출 당시 이사회가 지명한 최종 후보에 대해 교수평의회가 인준투표를 하고, 인준이 되면 이사회가 최종 임명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9월 인준투표제를 폐지했다. 대신 ‘투표행위가 아닌 방식’으로 교수평의회가 전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인준투표 등 직접선거는 학교를 정치화하고 구성원의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사회는 지난달 2일 ‘제18대 총장 선임 지침’을 발표하고 “어떤 방식의 투표행위도 개입돼서는 안 된다”며 “투표행위가 개입돼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교평의) 의결권 행사의 판단자료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수평의회는 투표가 아닌 방식으로 전체 교수 의견을 수렴하라는 이사회 방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후보들을 대상으로 사전 인준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적 교수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의 찬성을 얻은 후보에게만 최종 후보로서 자격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절차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다. 사립학교법은 총장 선임을 이사회의 고유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수단체가 이사회와 직접 대치구도를 형성함에 따라 학교 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