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음주가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각국의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가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소량의 음주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수치를 증가시켜 심장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열심히 운동하기보다는 차라리 술을 한두 잔 마시는 게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배 교수도 “와인이나 맥주가 아닌,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소주와 뇌졸중 위험도 간 관계를 처음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한국판인 셈이다. ‘소주 패러독스’라 부를 만하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육류 버터 등 고지방 식품을 미국인보다도 더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오히려 더 낮은 현상을 말한다. 프랑스인의 식사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레드와인 덕분이라는 것이다.
사실 수많은 음식 중 어느 게 건강에 좋은지, 특정 질환에 유익한지 여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사람의 체질 및 신체부위, 장·단기적 효과, 양과 지속시간, 그리고 연구결과 등에 따라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량의 음주는 뇌졸중과 심장병에 좋다지만 간에는 한 방울의 술도 해롭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 높은 콜레스테롤 함유량 때문에 한동안 찬밥 신세던 달걀 노른자가 최근엔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지면서 면죄부를 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음식의 종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에 대한 태도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폴 로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음식 하면 ‘건강’ ‘체중 증가’ 등 걱정거리를 떠올린 반면 프랑스인들은 ‘삶의 중요한 기쁨 중 하나’로 여겼다고 한다. 프렌치 패러독스도 음식을 대하는 이런 인식과 태도의 차이가 낳은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뭐든지 적당량을 즐겁게 먹고 마시는 게 최고의 건강비법이 아닐까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