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설립 10년 만에 상장한 날 '창업 공신' 병문안 간 안용찬 부회장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는 제주항공 상장기념식이 열렸다. 제주항공 임직원은 거래 시작과 함께 시초가가 공모가(3만원)보다 60% 이상 높은 4만9500원에 형성되자 환호했다. 이날 제주항공 시가총액은 1조2461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9716억원)을 2000억원가량 앞섰다.

하지만 창립 이후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용찬 제주항공 경영총괄 부회장(사진 오른쪽)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병동에서 엄부영 제주항공 경영본부장(상무·가운데)을 만나고 있었다. 엄 본부장은 2개월 전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40여일 만에 의식을 되찾고 재활병동으로 옮겼다.

엄 본부장은 애경그룹이 제주항공 을 설립할 때부터 관여한 ‘창업 공신’이다. 회사가 설립 후 적자에 허덕이자 안 부회장이 직접 영입했다. 2007년 애경그룹에서 제주항공으로 자리를 옮긴 엄 본부장은 영업본부장과 경영본부장을 거치며 안 부회장을 보좌했다. 영업본부장 시절 1주일에 한 번꼴로 해외 지점을 방문해 여권을 2년마다 갱신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동남아 노선 강화와 신규 비행기 도입, 제주항공 상장 준비 등 굵직한 사업을 주도하며 회사를 본 궤도에 올려놨다.

제주항공 고위 관계자는 “엄 본부장의 사고 소식을 듣자 안 부회장은 임원회의에서 각자 믿고 있는 모든 신에게 엄 본부장이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