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회사들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올 상반기(4~9월) 실적을 발표한 7개 일본 자동차회사(3월 결산) 가운데 도요타, 닛산, 후지중공업, 스즈키 등 4개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들 회사는 각사의 기업설명회(IR)에서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전체로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북미지역에서 마진이 높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잘 팔리고 있는 데다 엔저(低)로 수익성까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차, 거침없는 '실적 질주'
○후지重, 상반기 순이익 71% 급증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의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또다시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도요타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조2581억엔으로, 사상 최대 이익 행진을 이어갔다. 스바루를 생산하는 후지중공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급증했고, 스즈키(47%) 닛산(37%)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혼다 마쓰다 미쓰비시자동차까지 포함한 7개사 순이익 합계는 2조31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그동안 다른 업체들에 비해 실적 회복세가 더뎠던 닛산까지 사상 최대 실적 대열에 합류했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3일 열린 IR에서 “신흥국 판매가 둔화되고 있지만 북미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북미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엔저 효과도 빼놓을 수 없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닛산은 엔저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이 상반기에만 470억엔에 달했다. 7개사 합계로는 4500억엔을 넘었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올 상반기 평균 달러당 122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엔가량 떨어졌다.

‘엔고 시련기’에 진행한 수익구조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고 기간에 생산능력 확충 대신 원가절감 등 수익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도요타는 지난해까지 원가 개선과 생산효율화 노력으로 2007회계연도 대비 1조8000억엔의 비용을 줄였다.

혼다도 사상 최대는 아니지만 상반기 순이익이 3137억엔으로 14%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마쓰다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5% 감소했으며, 미쓰비시자동차도 동남아시아 판매 부진으로 14% 줄었다.

○닛산, 10년 만에 최대 순이익 경신

7개 일본 자동차회사의 2015회계연도 순이익은 각 회사의 예상치를 근거로 했을 때 4조620억엔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4조엔을 넘길 전망이다. 도요타는 매출 전망치는 내렸지만 순이익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2조2500억엔을 유지했다. 3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다. 닛산은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전년 대비 17% 증가한 5350억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2005회계연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회사 측 전망대로라면 닛산은 혼다를 제치고 4년 만에 일본 2위 업체로 부상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다만 하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엔저 효과가 줄어들고 중국 등 신흥국의 판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