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들의 '이사 정치학'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가 자택을 서울 여의도 주상복합 펜트하우스에서 연희동 주택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대권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희동이 전두환 노태우 2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 데다 김 대표가 이사하려는 단독주택이 대선주자급 정치인의 정견발표장으로 활용되는 현실적인 이유 등이 두루 감안됐을 것이란 게 정가의 해석이다.

김 대표 측은 대권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아직 이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거나 확정되지 않았다. 이사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이 있는데 이는 굉장한 오해와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과거 거물 정치인들의 ‘이사’는 대권 도전의 ‘신호’가 된 사례가 많았다. 이사를 앞두고 풍수지리학자를 동원해 집터가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는 ‘명당’인지를 은밀하게 수소문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1992년 대선 패배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1995년 7월 정계 복귀 선언을 하면서 서울 동교동에서 경기 일산으로 이사했다.

DJ는 일산 자택에서 대선 전략을 구상했으며, 이 집에서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MB)도 2006년 6월 서울시장 퇴임을 불과 2주가량 앞두고 서울 논현동에서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권 행보란 관측을 적극 부인했지만 나중에 측근 중 한 명은 “MB가 서울시장을 마치고 대선을 준비하던 때 이왕이면 터도 좋고 정기가 서려 있다는 북촌 지역에 집을 마련하기로 하고 물색하던 중 마침 리모델링하던 한옥을 발견해 전세를 얻었다”고 말했다.

가회동 이사 이후 MB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고 17대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가회동은 조선시대부터 정치의 중심지였으며, 풍수지리학적으로 ‘왕의 정기’가 서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MB에 앞서 이회창 전 총리도 2002년 대권 도전을 앞두고 가회동에서 감사원으로 넘어가는 큰 길가 빌라로 이사했다. MB가 살았던 한옥과는 4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2002년 5월께 호화 빌라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선을 7개월 앞두고 종로구 옥인동으로 이사했고, 그해 대선에서 패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