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독서 통해서 지식 넓히고…메모 남겨 생각 발전시키고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소문난 책벌레였다. 친구들에게 “내게 뜻이 있다면 서책만을 치우치게 좋아하는 것”이라 말하고, 두 아들에게 “책을 아끼고 즐기는 일은 집안을 다스리는 일의 근본”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독서법은 ‘초서’다. 책 내용을 베껴 쓰면서 읽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다산은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을 채록해 모은다면 100권 책도 열흘 공부거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책벌레와 메모광》에서 “독서와 기록 습관이 다산의 학문을 만든 바탕”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어 지식을 넓히고, 생각과 경험은 기록을 통해 정리하며 발전시켜갔다는 얘기다. 저자는 2012년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옌칭연구소에 방문학자로 1년간 머물렀다. 그곳의 도서관에서 접한 한·중·일 고서적에서 찾은 옛사람들의 자취와 저자의 감상을 짧은 수필로 엮었다.

저자에게 도서관은 책과 이야기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일본 고서에서 100여년 전 어느 장서가가 책벌레를 막으려고 끼워둔 은행잎을 보고서는 책을 소중히 여긴 옛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린다. 어렵사리 구해 본 이조원의 《속함해》에 몇 쪽 건너 한 마리씩 눌려 붙어 있는 모기를 발견하고는 선비들의 여름밤 독서 정경을 상상한다.

저자는 도서관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옛 독서가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우암 송시열(1607~1689)은 스스로를 책벌레에 비유한 글을 자신의 초상화에 적어뒀다. “밤낮 책만 읽고 공부는 특별히 이룬 것이 없다”는 글은 스스로를 경계하려는 우암의 자세를 보여준다.

옛사람들이 책을 대하는 특별한 방법도 소개한다. 이덕무(1741~1793)는 독서법으로 아홉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입으로 소리내서 읽는 독서, 눈으로 읽는 간서, 베껴 쓰며 읽는 초서가 기본이다. 감상과 평을 남기는 평서, 내용을 교정하는 교서, 직접 책을 지어 생각을 펼치는 저서는 한발 더 나아간 독서법이다. 책을 보관하는 장서, 남에게 책을 빌리는 차서, 책을 햇볕에 말려 관리하는 포서도 있다.

저자는 고서적에서 쪽마다 작은 글씨로 빼곡히 들어찬 메모를 보며 기록의 중요성을 떠올린다. 흩어진 정보를 정돈하고 제 의미를 찾게 한다는 것이다. 외국에 가서도 손바닥만 한 공책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보고 들은 바를 기록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을 예로 든다. 책을 추천한 박현경 교보문고 북마스터는 “생각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독서와 메모의 중요성을 선인들의 행적을 통해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