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하면서 국정교과서인 ‘올바른 역사교과서’ 집필의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상고사 및 고대사의 보강과 독립운동사의 상세한 기술, 민주화 산업화 과정에 대한 객관적 기술, 역사에 대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기술 등이다. 기존 검인정 체제에서 축소되거나 폄하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담기는 반면 논란이 되고 있는 근·현대사의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확정 고시’ 발표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이 겪어낸 성과와 한계를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당당하게 서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서 기업과 기업인의 공로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경제발전 과정에서 데모한 사람들은 나오고 정주영, 이병철 같은 훌륭한 업적을 이룬 분들은 등장하지 않는다”며 “국정교과서에서는 오늘날 우리의 경제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실감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8종의 고교 역사 검인정 교과서에서는 기업인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업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저리로 자금을 빌려 기업을 확장했다’ 등의 부정적 내용이 다수 기술돼 있어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는커녕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현재 검인정 교과서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근·현대사 부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근·현대사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나 연구가 덜 돼서 통설이 확실히 잡혀 있지 않은 부분과 이설이 많은 부분은 넣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되면서 국편은 4일 교과서 집필진 구성과 집필 기준을 발표한다. 이어 이달 중순까지 교과서 집필진 및 교과용 도서 편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국정 역사교과서 개발에 착수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집필진은 20~40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공모와 위촉 방식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필은 내년 11월 말까지 약 1년간 진행되고 내년 12월 감수와 현장 적합성 검토 등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중·고교에 적용된다.

교육부는 오류나 편향성 논란을 없앨 수 있는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전문기관, 교사연구회 등의 검토를 거치는 것은 물론 웹 전시를 통해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황 부총리는 “국민이 만드는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