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물건 고르고, 아이 달래고…삶의 1분1초가 협상"
“흔히 협상이라 하면 멋있는 정장 입고 딱딱한 테이블 앞에 두고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상상하죠? 하지만 사실 우린 모두 매일 1분1초마다 협상하며 살아갑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부모가 떼쓰는 아이를 달래는 것 등 생활이 협상 그 자체죠.”

국내에서 12년째 협상학 전문가로 활약 중인 최철규 HSG휴먼솔루션그룹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신당동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대다수 사람이 ‘협상은 말로써 상대방을 이기는 기술’이라고만 여긴다”며 “이런 고정관념이 협상을 폭넓게 연구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최 대표는 한국경제신문 기자, 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및 IGM협상스쿨 원장을 거쳐 2012년 협상 분석과 컨설팅 벤처기업 HSG휴먼솔루션그룹을 창업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최고경영자(CEO) 강의를 오랫동안 하면서 호평을 받았고, 2013년 하반기엔 SERI CEO 최우수 강사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 500대 기업 임원 4만여명, 100여명의 해외 주재 한국 대사들에게 협상 강의를 했다.

지난달 말엔 자신의 협상 철학을 소개한 책 ‘협상의 신-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움직일 것인가’를 펴냈다. 최 대표가 신간에서 가장 강조하는 핵심 주장은 “새 시대의 협상은 협상 파트너의 마음을 읽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협상을 학문의 대상으로 연구한 미국과 유럽을 예로 들어 보죠. 1930년대엔 법학에서 협상학을 가르쳤습니다. 법적 논쟁이 주를 이뤘던 ‘협상 1.0’의 시기였으니까요. 1970~1980년대엔 경영학의 한 분야였습니다. 이익을 얻어내려는 전술을 중시한 ‘협상 2.0’의 시대였죠. 사람과 사람 간 감성과 행동 분석을 중시하는 ‘협상 3.0’ 시대인 지금, 협상학은 이제 심리학의 메인 테마 중 하나가 됐습니다.”

최 대표는 협상을 ‘평범한 협상’과 ‘좋은 협상’, ‘훌륭한 협상’ 세 가지로 구분한다. 그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데 만족하는 건 ‘평범한 협상’이며 오래 갈 관계까지 만들어내는 건 ‘좋은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보다 더 나아가 상대방으로부터 기존에 없던 수요를 끌어내거나, 상대가 원해도 말하지 않은 잠재적 수요를 짚어내는 게 ‘훌륭한 협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협상할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자신의 전략만 중시하고 상대방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팀 대 팀으로 협상할 때 같은 팀 내에서 이견 조율이 안 돼 협상 현장에서 내부 갈등을 표출하는 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같은 조직에선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협상에 나서기 전부터 협상 전개의 틀을 철저히 짜서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협상 3.0’ 시대에서 협상의 본질은 상대방의 주관적 만족감을 높여주고, 가치와 신뢰를 공유하는 겁니다. 결과 여부에 상관없이 ‘이번 협상은 적어도 비긴 셈’, ‘저 사람과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무엇을 위해 협상하는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상처뿐인 승리는 상처만 남길 뿐이죠.”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