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도운 전직 경찰관 체포…비리로 파면된 뒤 조씨 업체 가담
"사기 방조 혐의 이미 오래전 제기된 것"
경찰 "배상혁 4조 다단계 범행 주도"…수상한 자금 거래 포착

경찰이 조희팔 일당 범행을 도운 혐의로 전직 경찰관을 체포하고 수조원대 다단계를 설계했다고 하는 배상혁(44) 주변 인물에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나 '퍼즐 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조희팔 사건 특별수사팀은 조씨가 운영하는 수조원대 다단계 업체에서 전무직을 맡아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사기 방조)로 임모(48) 전 경사를 붙잡았다고 30일 밝혔다.

임씨는 2007년 6월 경찰에서 파면된 뒤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2조5천억원 상당의 유사수신 행위를 한 조씨 일당의 업체에서 전무직을 맡아 사기 행위를 방조한 혐의다.

또 조씨 일당이 운영하던 다단계 업체와 관련, 경찰에 고소·고발이 들어가면 인맥을 이용해 수사 진행사항을 파악한 뒤 조씨 일당에게 보고하고 변호사 선임·알선 등 업무를 맡았다.

경찰은 임씨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르면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임씨가 다단계 사기 사건과는 별개로 대구지방경찰청 수사 2계에 근무하다 뇌물 8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파면된 뒤 복직 소송을 진행하던 중 조씨 업체에 몸 담은 것으로 파악했다.

파면 전 자기 밑에서 수년간 일한 정모(40·구속)전 경사의 소개로 조씨 일당의 업체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임씨는 2013년 조씨의 자금을 관리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2008년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조희팔의 '오른팔' 강태용의 부탁을 받고 조씨 등이 저지른 다단계 사기사건의 범죄수익금 6억원을 받은 뒤 한 상장기업 주식을 사들여 범죄수익을 숨긴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이날 경찰 발표에도 임씨에게 새로 적용한 혐의 역시 이미 알려진 것이어서 또다시 '짜맞추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씨는 2008년 10월께 충남 서산경찰이 조씨 일당의 다단계 업체에 수사를 시작하자 강태용의 지시로 당시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 중이던 정씨에게 청탁수사를 의뢰했다.

서산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대구경찰이 먼저 손을 써달라는 부탁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점 등으로 볼 때 임씨가 단순히 도시락을 배달하는 역할에 그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경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씨는 최근까지 참고인 자격으로 수차례 대구경찰청에 나와 정씨 등 혐의를 입증하는 수사에 상당한 협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앞서 구속된 정씨 혼자서 조씨 일당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여론을 의식해 정씨의 전 동료인 임씨까지 엮어 퍼즐 맞추기식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조씨 일당의 '브레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배상혁(44)을 조사한 결과 임씨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대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전격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임씨가 도시락을 배달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았는데 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 그가 조씨 일당의 범행에 공범에 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에는 이미 경찰 수사가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민헌 제2부장은 "(경찰관 연루에) 지위고하, 전·현직 여부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를 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비위사실이 드러나고 필요하면 대구경찰청 조사관을 배제하고 본청에서 조사인력을 받아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조씨 일당이 전국을 무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던 시점에 초대 전산실장을 한 배씨가 재정담당 상무 겸 총괄실장을 맡아 물품·자금을 관리하고 조직도를 작성하는 등 다단계 사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31일 배씨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배씨의 은닉자금을 찾기 위한 수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경찰은 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 범죄 수익금으로 의심되는 자금 거래를 포착하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배씨와 배씨에게 임대주택 또는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준 고교 동창생 이모(구속)씨와 최모씨, 동창생 가족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하는 등 포괄적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이씨를 구속한 데 이어 최씨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죄 수익금 은닉 등에 관여했는 지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