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상최대 주주환원…'이재용식 주주친화경영'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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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아닌 장기 대책…"이재용 체제 원칙 밝힌 것"
외국인 주주 달래고 배당 독려 정부정책 호응
내년엔 분기 배당도 검토
외국인 주주 달래고 배당 독려 정부정책 호응
내년엔 분기 배당도 검토
삼성전자가 29일 11조3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 대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식 주주자본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주주친화정책을 펴겠다는 이 부회장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다.
이런 정책은 삼성전자 외에 다른 계열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는 그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됐다.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는 이날 크게 세 가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일단 내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이날 시가총액(195조원)의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5년간 매입한 자사주 총액과 비슷하다.
자사주를 사서 갖고 있지 않고 없애버리는 것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중 1차적으로 4조2000억원어치를 3개월 안에 매입하기로 했다.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가 대상이다. 삼성 측은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22%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였다”며 “앞으로도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에 비해 10% 이상 낮을 경우 매입 비중을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 동안 연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30~50%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쓰기로 했다. 삼성전자에서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은 매년 10조원 정도다. 따라서 매년 3조~5조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분기배당 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은 연 1회만 배당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요구 충족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배당을 자제해왔다. 이날 대규모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배당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답게 주주 친화적인 경영방침을 시행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 수준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애플은 2017년 3월까지 배당을 통해 총 2000억달러(약 228조원)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지분이 전체의 50.6%에 이르는 점도 감안했다. 외국인 주주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낮은 배당 수준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수익률에 고민하는 국민연금(지분율 8.19%)의 입장까지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틈만 나면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라고 요구한 것도 고려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60조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式 주주친화 경영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발표는 이 부회장의 경영 원칙에 따른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단순히 외국인이나 정부를 달래기 위해서라면 단발성 자사주 매입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향후 3년간의 정책을 밝히고, 특히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건 이 부회장이 삼성을 주주 친화적으로 이끌어가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앞장서 대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다른 기업도 뒤따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은 한 번 늘리면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며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언제 ‘치킨게임’이 시작될지 모르고 삼성도 절박하게 신사업을 찾아야 할 때에 주주들에게 너무 큰돈을 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주주환원정책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을 합쳐 부르는 말. 배당을 늘리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이 많아지고,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하는 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
이런 정책은 삼성전자 외에 다른 계열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는 그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됐다.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는 이날 크게 세 가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일단 내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이날 시가총액(195조원)의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5년간 매입한 자사주 총액과 비슷하다.
자사주를 사서 갖고 있지 않고 없애버리는 것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중 1차적으로 4조2000억원어치를 3개월 안에 매입하기로 했다.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가 대상이다. 삼성 측은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22%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였다”며 “앞으로도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에 비해 10% 이상 낮을 경우 매입 비중을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 동안 연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30~50%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쓰기로 했다. 삼성전자에서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은 매년 10조원 정도다. 따라서 매년 3조~5조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분기배당 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은 연 1회만 배당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요구 충족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배당을 자제해왔다. 이날 대규모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배당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답게 주주 친화적인 경영방침을 시행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 수준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애플은 2017년 3월까지 배당을 통해 총 2000억달러(약 228조원)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지분이 전체의 50.6%에 이르는 점도 감안했다. 외국인 주주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낮은 배당 수준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수익률에 고민하는 국민연금(지분율 8.19%)의 입장까지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틈만 나면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라고 요구한 것도 고려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60조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式 주주친화 경영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발표는 이 부회장의 경영 원칙에 따른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단순히 외국인이나 정부를 달래기 위해서라면 단발성 자사주 매입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향후 3년간의 정책을 밝히고, 특히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건 이 부회장이 삼성을 주주 친화적으로 이끌어가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앞장서 대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다른 기업도 뒤따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은 한 번 늘리면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며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언제 ‘치킨게임’이 시작될지 모르고 삼성도 절박하게 신사업을 찾아야 할 때에 주주들에게 너무 큰돈을 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주주환원정책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을 합쳐 부르는 말. 배당을 늘리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이 많아지고,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하는 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