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과학용어 교사마다 '제각각'…어려운 고교 용어로 가르치기도
중학교 과학 수업 시간에 가르치는 과학 용어가 교사에 따라 사용 방식이 다르고, 쉬운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배우지도 않은 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박윤배 경북대 사범대학 과학교육학부 교수와 윤은정 과학교육연구소 전임연구원 연구진이 중학교 과학 수업 중 과학용어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박 교수는 “과학 수업 중 교사에 따라 쓰는 용어가 제각각이었다”며 “개념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용어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거나 중학교에서 고교 과정에서 가르치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해 대구와 경북지역 3개 중학교에서 진행된 1학년 과학 수업 중 ‘운동’ 단원에 해당하는 수업에서 사용된 용어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교사들은 같은 내용을 설명하는데도 활용하는 용어 수가 달랐다. 45분 동안 진행한 수업에서 A중학교 교사는 과학용어를 평균 522개, B중학교 교사는 336개, C중학교 교사는 495개를 사용했다.

교사들은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데 각각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개 학교 교사가 운동 단원을 가르치며 사용한 순수 물리학 용어는 총 118개로 이 중 공통적으로 사용한 용어는 16개(14%)에 머물렀다.

반면 교사 개인마다 임의로 사용한 용어가 72개(61%)인 것으로 나타나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담당 교사에 따라 학생이 접하는 용어가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꼭 가르쳐야 할 ‘평균속력’과 ‘등속 운동’, ‘등속직선운동’은 아예 가르치지 않거나 고교 과정에서 가르쳐야 할 용어를 중학생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A학교는 고교 과정에서 가르치는 ‘가속도’ ‘등가속도’ ‘포물선 운동’ 등의 용어를 수업 중에 썼다. 기본적인 운동 개념을 이해하기 전 고교 수학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과학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박 교수는 “과학용어의 정립은 학생들이 처음 과학의 개념을 잡고 흥미를 갖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학생이 과학에 흥미를 잃지 않고 혼란을 겪지 않도록 과학수업에서 가르쳐야 할 용어를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