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넓고 아름다운 후원…왕이 가장 사랑한 궁
서울 와룡동 창덕궁(사적 제122호)은 조선의 왕들이 가장 선호한 궁궐로 알려졌다. 형제의 난이 일어난 경복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께름칙했던 태종이 경복궁 동쪽에 새로운 궁궐을 짓도록 했다. 창덕궁은 태종 5년(1405) 완공됐다.

창덕궁이 조선 왕조 전 시기를 통틀어 왕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넓고 아름다운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적으로 깎고 다듬고 꾸미는 대신, 창덕궁은 북쪽의 북한산과 응봉에서 뻗어내린 30만㎡에 달하는 넓은 산자락을 후원으로 삼았다. 산길을 거닐 듯 후원을 따라 걷다 보면 수백년 전 그 길을 걸었을 왕들의 흔적과 만난다.

창덕궁 후원의 절경으로는 단연 부용지가 꼽힌다. ‘부용(芙蓉)’은 ‘연꽃’을 뜻한다. 부용지의 네모난 연못과 둥근 섬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연못은 장대석으로 쌓아올렸다. 남쪽 모서리에는 물고기 조각이 하나 있다. 잉어 한 마리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이는 왕과 신하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에 빗댄 것이다.

부용지 남쪽에 있는 날렵한 모양의 정자가 부용정(보물 제1763호)이다. 열십자 모양의 정자에 오르면 건너편 북쪽으로 주합루, 동쪽으로는 영화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덕궁 후원 북쪽은 소요정과 태극정, 청의정 등 정자들이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있는 옥류천 일대다. 인조는 이곳의 바위를 깎아 계곡물을 끌어들였다. 그 물이 바위를 휘돌아 흘러 작은 폭포를 이루며 떨어진다. 인조는 친히 바위에 옥류천 세 글자를 새겼다.

금천교(보물 제1762호)는 창덕궁 돈화문과 진선문 사이를 지나가는 명당수 위에 설치된 다리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궁궐의 위엄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각상과 아름다운 문양, 견고한 축조 기술 등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창덕궁 후원 특별 관람을 하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관람은 안내해설사와 함께 진행하며, 시간은 1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회차별 최대 관람인원은 100명으로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인터넷 예약(50명)과 관람 당일 선착순 현장 판매(50명)로 운영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