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들이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도쿄=서정환 기자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도쿄=서정환 기자
지난 주말 전자상가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 일행과 얘기를 나누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국 관광객의 한쪽 손에는 전기밥솥이, 다른 한쪽 손에는 비데가 들려 있었다.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는 라옥스면세점 안팎은 쇼핑하러 온 중국인으로 넘쳐났다.

이미 쇼핑을 마친 중국인들은 버스 하단 트렁크 앞에 구입한 제품을 서너 개씩 내려 놓고 관광버스에 올랐다. 버스 트렁크는 쇼핑제품들로 가득 차 문을 닫기 힘들 정도였다. 면세점 안에도 물건을 든 중국 관광객이 계산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연간 사상 최대 경신한 방일 외국인수

올 일본 찾은 외국인 사상최대…연 관광객 2000만명 시대 '눈앞'
일본 열도가 방일 외국인으로 넘쳐나고 있다. 25일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1~9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1448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8% 증가했다. 엔저로 여행 부담이 줄어든 데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유치 정책이 맞물린 덕분이다.

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에는 621만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 1036만명으로 1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9개월 만에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방일객수를 이미 넘어섰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관계자는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있긴 하지만 관광객이 줄어들 조짐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방일 외국인 2000만명’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연내 1900만명 돌파는 물론 2000만명도 가시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액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1~9월 소비액은 2조5900억엔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2조엔을 훌쩍 뛰어넘었다. 3분기엔 처음으로 ‘분기 1조엔’도 돌파했다. 올해는 3조엔을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관광철을 맞아 관광객 수가 늘어날 것인 데다 연말 쇼핑시즌까지 기다리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1~9월 면세점 매출은 143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배로 증가했다.

◆쏟아지는 관광객 유치 정책

올 일본 찾은 외국인 사상최대…연 관광객 2000만명 시대 '눈앞'
일본 정부는 엔저를 계기로 ‘관광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관광객 유치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중국 동남아 등에서 관광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고, 올 5월부터는 관광지에 임시 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 4월 기준 면세점은 전국 1만8779개로 1년 전(5777개)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가전이나 의류 등에 한정된 면세대상 제품도 지난해 10월부터 화장품 식료품 등 소모품까지 확대했다.

교통당국은 저비용항공사(LCC)와 크루즈선 운항 등 교통편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부터 하네다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노선이 각각 하루 2편씩 늘어났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방공항을 포함해 중·일간 항공노선수는 6개월 전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까지 나서 외국인 관광객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 마련을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국가전략특구 자문회의에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박시설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민박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교통불편지역에서는 ‘자가용 영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또 나리타공항에서 도입한 입출국 자동게이트를 지방공항까지 확대해 입국 심사 대기시간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