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의 위선적 틀에 얽매이지 않아…문제점 정직하게 얘기하겠다"
FIFA 밖에서 블라터에 대한 소송과 여론전 염두에 둔 듯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자격정지를 받아 차기 FIFA회장 출마 꿈을 접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26일 "FIFA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싸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FIFA 회장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개설한 자신의 블로그(mjfairplay.org)에 'FIFA 회장 선거에서 물러나며', 'FIFA가 아니라 축구를 살려야 한다' 두편의 글을 올렸다.

정 명예회장은 'FIFA 회장 선거에서 물러나며'에서 "공식적으로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철회해야 할 때"라면서 "이번 선거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후보가 아닌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FIFA에 대해 고언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6년간 축구관련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손발이 묶인채 그냥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1년반동안 윤리위의 '조사'를 받았다.

출마 선언 후 저에 대한 윤리위의 시비 걸기는 더 심해졌다"면서 "윤리위가 당초 문제 삼았던 투표담합과 월드컵 유치공약 서한발송 항목 대신 조사 비협조,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같은 징계 과정이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매도하는 '극장 효과'를 노린 것이라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은 또 'FIFA가 아니라 축구를 살려야 한다'에서 "이제 FIFA의 틀 안에서 FIFA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면서 "윤리위의 부당한 제재는 FIFA 근처에 접근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보이지만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봉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FIFA라는 위선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FIFA의 문제점에 대해 정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FIFA를 진정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과거 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블라터 회장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블라터를 정조준했다.

2006년 비자-마스터카드 후원사 선정 관련 소송에 대한 블라터의 책임을 묻는 소송과 FIFA 집행위원회의 구체적 승인 없이 블라터에게 지급된 보수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FIFA라는 조직이 아니라, 축구라는 '희망과 영감'의 원천을 되살리기 위해 전세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