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화백의 ‘가을정취’
김세희 화백의 ‘가을정취’
한국화가이자 서예가인 김세희 화백(63)은 수묵과 담채를 활용해 시와 그림을 아우른 독자적 화풍으로 문인화의 전통을 현대에 계승하고 있다. 옥산 김옥선 화백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주로 자연이 주는 시적 감흥을 붓끝으로 포착해 되살려 낸다.

김 화백이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지난 40여년간의 작업을 보여주는 회고전을 연다. 전시회 주제는 ‘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음을 더한다’는 뜻이다.

작가는 그동안 작업한 1000여점 중 선비의 기상과 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그림을 비롯해 한국의 산천과 들판을 적묵과 수묵으로 재현한 작품, 달마도와 호랑이 그림 등 25점을 골라 보여준다. 논어와 명심보감 등에서 따온 화제(畵題)와 그림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장에는 문기(文氣)와 아취(雅趣)가 넘치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올해 초 제작한 ‘송하맹호도’는 소나무 아래서 포효하는 호랑이를 극적으로 잡아낸 수작이다. 승려가 소나무 아래에 앉아 참선하는 모습을 그린 ‘신선도’는 집집마다 참된 부처가 있다는 뜻의 ‘가정진불(家庭眞弗)’을 화제로 달아 불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준다.

가을의 정취를 담아낸 국화, 눈 속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매화, 마음속에 담아둔 풍경을 어느 순간 흥이 돋아 붓 가는 대로 그려낸 작품, 단박에 직관력으로 목판에 묘사한 ‘달마도’ 등에서는 전통 서예를 바탕으로 한국화의 정신성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산천에 담긴 아름다움과 한국화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