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소형주(시가총액 하위 448곳)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빠르게 올라 사상 처음으로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 PBR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주의 부진 속에 시장의 관심을 덜 받았던 소형주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급격한 PBR 상승은 향후 주가 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소형주 거품 꺼지는 신호"…대형주로 돈 몰려
○‘거품 경고등’ 켜진 중소형주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소형주 PBR은 1.04배(유가증권시장 전체 1.06배)를 기록했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PBR이 1배보다 높으면 주가가 회사가 가진 순자산 가치(청산가치)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소형주 PBR은 과거 0.6~0.7배를 유지했지만 올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월13일 처음으로 1.0배를 기록한 뒤 지난 6월25일 1.06배로 올라 대형주 PBR(1.05배)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가 대형·중형·소형주 지수를 따로 제작해 발표한 2003년 2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가 급격히 오른 ‘고 PBR주’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은 “소형주의 평균 PBR이 대형주를 앞질렀다는 것은 상당수 종목의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의미”라며 “실적이나 기업 가치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 채 주가가 급격히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평균 회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국내 산업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관심을 덜 받던 중소형주가 대형주의 부진 속에 인기를 얻고 있다”며 “(중소형주였던) 제약주가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것처럼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적·수급’ 날개 단 대형주

그동안 급등했던 종목 위주로 중소형주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실적개선 없이 기대감에 편승했던 종목들은 큰 폭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낮은 PBR을 기록하고 있는 은행 유틸리티 등의 대형주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대형주의 상승세 속에 0.18% 오른 2042.98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7월29일 이후 3개월 만에 2050선을 웃돌기도 했다.

유명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24일 1829.91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2040선까지 회복하는 데 대형주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연말까지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형주가 주도주로 떠오르자 증권사들도 대형주를 재평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가 주당 34만789원에서 35만9737원으로 최근 한 달 새 5%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는 18만원대에서 19만원대로, 삼성SDS는 33만원대에서 34만원대로 목표주가가 상향됐다.

김우섭/심은지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