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4 지방선거를 1주일 앞둔 2014년 5월28일. 선거운동에 한창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은평구에 있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찾았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노후설계를 지원하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박 시장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종합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 장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뒤 서울시는 50세 이후 장년층의 성공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름은 50플러스재단.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내놓은 공약이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국가가 관리하는 사회복지체계의 관리 아래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50대 장년층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서울시가 2013년과 2014년 은평구와 종로구에 각각 설립한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는 50~60대 은퇴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 및 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시 산하 복지재단, 평생교육진흥원, 여성가족재단도 은퇴자를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 시의회에서도 “장년층을 위한 기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 산하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서울시 감사에선 복지재단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21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행정자치부도 최근 50플러스재단의 기능이 기존 산하기관들의 업무와 중복되고, 굳이 재단을 설립하지 않아도 민간 위탁을 통해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50플러스재단 설립에 들어가는 예산은 2018년까지 445억원에 이른다. 이는 서울시가 부담하는 자본금 출연 규모만이다. 앞으로 운영경비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서울시는 내년 초까지 50플러스재단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고위관계자는 “복지본부 간부 중 누구도 시장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지원대책은 필요하다. 시장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시민 세금을 들여 조성된 재단이 예산 낭비 없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여부다. 장년층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