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등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추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구체적 기준이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대법원은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박모씨 등 23명이 S버스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받지 못한 차액을 지급하라”며 낸 상고심에 대해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19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11년 8월1일부터 2012년 11월11일까지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기 위한 묵시적 합의가 노사 간에 없었고 △2009년 8월부터 시행된 준공영제 아래에서 재정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미지급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더라도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 2심은 2011년도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신의칙에 위배된다며 버스회사 측 손을 들어주었다.

S버스회사(자본금 2억5000만원, 2012년 당기순이익 5100여만원)가 추가 임금 약 7억8200여만원을 새로 부담할 경우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원칙적으로 밝히면서도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조건을 달았다. 그중 하나가 신의칙 조건이다. 신의칙 조건은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를 받아들였을 때 회사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근로자도 그동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말을 바꿔서 이를 청구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해선 안 된다는 논리가 배경에 깔려 있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뒤 신의칙 조건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논란이 잇따랐다. 회사가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아야 추가 임금 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 판례로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