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조은 임명 강행…새정치 비주류 반발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내 현역 의원 ‘20% 물갈이’를 지휘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진)를 임명했다.

당초 조 교수는 평가위원장으로 일찌감치 내정됐지만 19대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비주류계 반대로 인선에 난항을 겪어왔다. 당내 비주류 측의 추천으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재야 원로인 김상근 목사가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모두 고사해 불발됐다.

결국 대안 부재로 임명을 강행했지만 조 교수에 대한 당내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아 만만찮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사회학 박사인 조 교수는 한국여성학회 회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불교여성개발원 이사 등을 역임한 여성 사회학자다.

조 위원장 인선으로 ‘현역 물갈이’가 현실화되면서 ‘국정교과서 정국’으로 잠잠했던 당내 계파 분란이 재점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당장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교수의 위원장 임명안 의결을 둘러싸고 지도부 간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어떤 경우라도 일본 군대가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어떤 경우라도 일본 군대가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교과서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데 분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의결을 유보하자고 맞섰고, 유승희 최고위원도 “교과서 투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의결 연기를 요구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조 교수의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0일까지 완료해야 했던 평가위 인선이 더 미뤄지면 총선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표는 의결에 앞서 ‘반대파’였던 주승용 최고위원의 동의를 구했다고 했지만 비주류에서는 “사실상 기습의결 아니냐”는 비판까지 터져나왔다. 당사자인 주 최고위원도 “제가 추천한 이만열 위원장이 고사한 상황에서 더는 이 사안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며 “굳이 이 시기에 빨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좋은 분들을 우리가 모셔도 당내 일각에서나 언론에서 ‘친노’라든지 그런 식으로 흠집을 내려고 하면 누가 일을 맡아서 하고 싶겠나”고 반박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