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되고 있는 ‘음원 사재기’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선 음악사이트의 추천곡 및 실시간 순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민용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13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열린 ‘디지털 음악 산업 발전 세미나’에서 “공정성을 훼손하는 추천곡 제도를 폐지하거나 순위 차트가 아닌 다른 페이지에서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각종 음악사이트의 추천곡 제도가 특정곡 밀어주기와 끼워팔기, 이로 인한 음원 사재기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추천곡과 비추천곡의 순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추천곡은 평균적으로 2주일 동안 20~30위를 유지하는 반면 비추천곡은 평균적으로 1주일 이내에 5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며 “음악 사이트에서 추천곡으로 선정될 경우 음원차트에서 1위곡보다 위에 자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준 없이 선정된 추천곡이 음원차트 상위에 자리 잡게 되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순위를 유지하기 위한 제작사들의 사재기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반짝 1위’를 만들어 음원 사재기의 유인을 제공하는 ‘실시간 순위’도 폐지해야 한다”며 “대신 반나절 순위나 일간 순위로 기간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음악사이트 관계자들은 “추천곡 제도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폐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음악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박진규 대외협력실장은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는 점에서 추천곡 제도의 순기능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정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이용해 개인의 음악 취향에 맞는 추천곡 서비스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