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콘텐츠 뒤에 숨은 개인들…커지는 SNS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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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의 콘텐츠 insight <2> 불안해하는 사람들
페이스북 오래 이용하고 잘 모르는 친구 많을수록
"남들이 더 행복하다" 생각
소통할수록 더 불안해진다면 소통 창구 문제점 생각해봐야
페이스북 오래 이용하고 잘 모르는 친구 많을수록
"남들이 더 행복하다" 생각
소통할수록 더 불안해진다면 소통 창구 문제점 생각해봐야
미국 동화작가 엘윈 브룩스 화이트는 1948년 에세이에서 뉴욕에 대해 이렇게 썼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이곳에서 고독과 사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사람 많은 대도시에서도 고독감을 즐길 수 있었던 건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다. 당시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모든 연결에서 차단됐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한국처럼 통신 인프라를 갖춘 나라라면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도 불가능한 얘기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파워스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을 수많은 사람이 서로 어깨를 톡톡 건드리고 있는 거대한 방에 비유했다. 그는 이 방에 ‘이상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방 안에 있으면 모든 두드림에 대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상한 기운’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 보면 지칠 수 있다.
온라인 소통에 의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로감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SNS로 유지되는 관계가 얼마나 깊이 있는지, 개인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들여다보는 연구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SNS 이용자에게 경고하는 심리적 문제 중 하나는 인지부조화다. 실제 삶과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삶 사이의 간극이 정서적 불안감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정 이용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릴 때 선별 과정을 거친다. 편집된 콘텐츠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성격의 특정 단면만 보여주는 행위가 반복된다.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성격 형성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기에 성장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현실에서도 지인들 앞에서 이미지를 관리하기는 한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평소 모습을 온라인처럼 명료하게 편집하기는 쉽지 않다.
정서적 박탈감도 끊임없이 연구돼 온 주제다. 사회학자 후이추 그레이스 슈는 학생 425명에게 지인들의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페이스북 서비스를 오래 이용하고, 페이스북 친구 가운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학생일수록 남들이 자신보다 행복하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인간관계가 내포한 ‘냉담함’을 지적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는 메시지와 SNS 소통이 낳을 수 있는 다양한 오해를 짚었다. 온라인 소통은 멀티태스킹을 전제로 한다. 동영상을 보거나 하품을 하며 답해도 괜찮다. 눈길을 마주치는 대화만큼의 구속력이 없다.
종종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페이스북 게시물을 확인한다. 미국 임상심리학자 수재너 플로레스는 SNS가 슬롯머신을 닮았다고 했다. 따고 잃는 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재미있는 게시물과 그렇지 않은 게시물이 번갈아 올라오는 것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슬롯머신 앞을 떠나는 순간 다음 사람이 횡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주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정말 재미있는 게시물을 놓칠 수도 있다. 일종의 ‘간헐적 강화’다.
소통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인간의 숙명이다. 하지만 상호작용을 거듭할수록 불안해지거나 외로워진다면 소통 창구의 영향력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화가 치밀었다면,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도구에 내재된 소통 방식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오늘날 한국처럼 통신 인프라를 갖춘 나라라면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도 불가능한 얘기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파워스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을 수많은 사람이 서로 어깨를 톡톡 건드리고 있는 거대한 방에 비유했다. 그는 이 방에 ‘이상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방 안에 있으면 모든 두드림에 대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상한 기운’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 보면 지칠 수 있다.
온라인 소통에 의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로감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SNS로 유지되는 관계가 얼마나 깊이 있는지, 개인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들여다보는 연구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SNS 이용자에게 경고하는 심리적 문제 중 하나는 인지부조화다. 실제 삶과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삶 사이의 간극이 정서적 불안감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정 이용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릴 때 선별 과정을 거친다. 편집된 콘텐츠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성격의 특정 단면만 보여주는 행위가 반복된다.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성격 형성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기에 성장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현실에서도 지인들 앞에서 이미지를 관리하기는 한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평소 모습을 온라인처럼 명료하게 편집하기는 쉽지 않다.
정서적 박탈감도 끊임없이 연구돼 온 주제다. 사회학자 후이추 그레이스 슈는 학생 425명에게 지인들의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페이스북 서비스를 오래 이용하고, 페이스북 친구 가운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학생일수록 남들이 자신보다 행복하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인간관계가 내포한 ‘냉담함’을 지적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는 메시지와 SNS 소통이 낳을 수 있는 다양한 오해를 짚었다. 온라인 소통은 멀티태스킹을 전제로 한다. 동영상을 보거나 하품을 하며 답해도 괜찮다. 눈길을 마주치는 대화만큼의 구속력이 없다.
종종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페이스북 게시물을 확인한다. 미국 임상심리학자 수재너 플로레스는 SNS가 슬롯머신을 닮았다고 했다. 따고 잃는 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재미있는 게시물과 그렇지 않은 게시물이 번갈아 올라오는 것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슬롯머신 앞을 떠나는 순간 다음 사람이 횡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주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정말 재미있는 게시물을 놓칠 수도 있다. 일종의 ‘간헐적 강화’다.
소통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인간의 숙명이다. 하지만 상호작용을 거듭할수록 불안해지거나 외로워진다면 소통 창구의 영향력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화가 치밀었다면,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도구에 내재된 소통 방식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