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5일 오후 4시55분

공모주 시장의 물을 흐리는 ‘얌체’ 기관투자가가 늘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공모주를 배정받아 놓고서는 청약하지 않거나 보유기간 약정을 어기고 청약 주식을 파는 식이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기관투자가에 대해 일정 기간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는 것 외에는 마땅히 제재할 방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협회가 기관투자가를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해 제재를 내린 사례는 51건에 달한다. 지난해 제재 건수(18건)의 약 3배 규모다. 51건 가운데 8건은 수요예측 참여 후 공모 미청약, 나머지 43건은 의무보유기간 위반에 따른 제재였다.

상장 추진 기업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주 청약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기관투자가별로 배정 물량을 정하고 공모가를 확정한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으면 주관사들은 공모주를 회사 상장 후에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의무보유기간 확약)하는 기관투자가에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만약 수요예측에서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투자가가 일반공모에서 청약하지 않으면 해당 물량은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 또 기관투자가들이 의무보유기간을 지키지 않고 공모에서 받은 주식을 내다 팔면 상장사 주가는 단기간 내에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터레드캐피탈(옛 골든브릿지캐피탈)은 지난 5월 진행된 픽셀플러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참여한 뒤 일반공모에는 청약하지 않았다. 인터레드캐피탈은 공모주 수요예측에 6개월 동안 참여를 제한당하는 제재를 받았다.

빈센트 캐피탈매니지먼트는 지난해 12월 아이티센 수요예측에서 공모주를 배정받고도 청약하지 않아 역시 6개월 기간의 수요예측 참여 제한 조치를 당했다. 아직 제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LIG넥스원 공모에서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이 청약하지 않아 주관사들이 공모주를 상당량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보유기간을 위반한 기관투자가는 더욱 많았다. 지난해 12월 녹십자엠에스 수요예측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회사 상장 후 3개월 안팎의 기간 동안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공모주를 받아갔으나 11개 기관투자가가 약속을 어기고 올초 주식을 팔았다. 지난해 11월 에프엔씨엔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가운데 11개사도 의무보유기간 확약을 어기고 올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에 최대 1년 동안의 수요예측 참여 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수요예측 참여 제한은 일종의 업무정지인 만큼 가벼운 제재가 아니다”며 “지금보다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것은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