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경제적 번영 이끄는 건 소비가 아닌 생산…중간재 반영 않는 GDP집계 '치명적 오류'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21) 시장원리 거스르는 GDP 지표
    경제적 번영 이끄는 건 소비가 아닌 생산…중간재 반영 않는 GDP집계 '치명적 오류'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다. 소비, 투자, 정부지출 그리고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純)수출로 구성된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지표인데 한 나라의 국력·명성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그 규모에 따라 정권까지도 교체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GDP를 ‘경제지표의 왕’이라고까지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GDP는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오해하고 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을 부추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대체할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정부지출을 생산적이라고 보는 간섭주의 시각부터 잘못이다.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고 병원, 도로,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는 등 제한된 정부활동을 위한 지출은 사적 경제에 직접 도움이 된다. 그 이상의 정부지출은 경제에 해를 끼치기 일쑤다.

    경제적 번영 이끄는 건 소비가 아닌 생산…중간재 반영 않는 GDP집계 '치명적 오류'
    수입은 경제에 편익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순수출만을 고려하는 것도 GDP 집계의 치명적 오류다.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는 잘못된 중상주의 사상이 깔려 있다. 수출의 궁극적 목적은 국내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상품을 수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GDP 집계에서 초점을 맞추는 ‘최종소비재 지출’이다. 빵을 만들 때 사용되는 밀, 밀가루, 빵틀 또는 승용차 생산에 투입되는 강판, 바퀴 같은 중간재는 이중계산을 피한다는 이유로 집계에서 빠진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다. 소비가 경제활동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대체로 미국은 70%, 독일 한국도 60%로 추산된다. 그런데 경제 현실이 정말로 그런가.

    원료, 반제품, 기타 생산수단 등 중간재에 대한 지출이 최종 소비지출을 훨씬 능가하는 게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다. 자본재에 대한 지출이야말로 진정으로 경제적 번영을 안겨주는 생산적 활동이다. 자본재 지출을 감안하면 소비는 전체 경제활동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중간재 지출, 즉 기업의 투자지출이 60% 이상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이 수치는 곧 자본주의적 생산 구조의 발전을 반영한다.

    주목할 점은 개념적 언어에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들어 있고 그래서 사고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GDP도 예외가 아니다. GDP 집계에서는 소비 비중이 큰 나머지 소비가 생산을 이끄는 것처럼 사람들을 믿게 한다. 이런 믿음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케인스의 소비경제 통념을 지원하고 강화했다. 수요 부족 탓에 경제가 위축된다는 논리다. 그래서 ‘소비는 미덕이고 절약은 악덕’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이 소비 증대를 위한다며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면 단기적으로는 특정 소비재의 판매와 생산이 늘어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돈을 마구 쓴다면 늘어나는 건 신용카드 청구서일 뿐이다. 저축을 통해서만 가능한 설비증설, 신소재 개발, 병원 설립 등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케인스의 소비촉진 정책은 기껏해야 소비재를 판매하는 멋들어진 백화점과 쇼핑몰만 늘어나게 할 뿐이며, 이로 인해 생산 구조는 당장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에 편중되는 단순생산 구조로 전환된다. 그 결과 먼 장래에 혜택을 주는 중간재(자본재) 생산 구조는 정체되거나 파괴된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소비재와 자본재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전대미문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 것은 현재의 소비지출이 아니라 미래소비를 위한 투자 덕분이다. 따라서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 먼저라는 시장논리를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가 일하러 가고 생산자가 이윤을 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소비자들은 지출을 시작한다. 생산이 소비의 원인인 것이다. 농부가 곡물을 재배해 팔아야 그 판매수입으로 아이들 옷도, 교육용 비디오도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생산에 종사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과 복지에 필요한 재화를 소비하기 위해서다. 소비보다 생산이 먼저라는 것은 경기변동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난다.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소비보다 먼저 생산이 줄어든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생산이 증가하고 소비가 뒤따른다.

    경제를 이끄는 건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라는 시장원리는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1767~1832)가 발견했다. 그의 이름을 딴 게 ‘세이의 법칙’이다. ‘세이의 생산경제’가 자본주의 원리라는 것은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활용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입증한다. 이 지수는 소비활동보다 신규자본재 구입, 건설 수주·기계 수주액처럼 시장의 역동성과 번영의 산실인 중간재생산·투자활동과 관련돼 있다

    오늘날의 상품들은 20~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종류나 수량이 많은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통화를 풀거나 재정지출을 늘려서가 아니다. 소비자의 소비능력은 오로지 경제성장에서 나온다. 성장의 열쇠는 기계, 설비 같은 중간생산물인 자본재다. 일자리도 만들고 생산성과 소득을 늘리는 자본재는 개인들의 시간선호에 따른 저축을 통한 투자의 결과다. 자본재의 생산·이용이야말로 성장 추진력인 기업가 정신이 강력하게 발휘되는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이다. 유감스럽게도 GDP 집계에서는 버림받는 신세다.

    이쯤에서만 봐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격찬받는 GDP 개념은 적절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비가 아니라 생산, 저축과 생산성이 경제의 추진력이라는 시장논리를 왜곡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의 치명적 결과는 정부개입이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정부부채 누적, 인플레이션, 경제침체는 이런 정부개입 탓이라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민경국 <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ADVERTISEMENT

    1. 1

      서울시 AI 성범죄 삭제기술 전국 확산…"3시간 걸리던 삭제 6분으로"

      서울시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인공지능(AI) 삭제기술을 전국으로 확산한다. 피해 영상물 탐지부터 삭제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대비 30배 단축한 기술을 무상 이전해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수준의 피해자 보호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서울시는 3일 첫 무상 기술이전 계약을 시작으로 ‘디지털 성범죄 AI 삭제지원’ 기술을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 목적 기관 등에 무상 보급한다고 2일 밝혔다. 서울시가 개발한 공공기술을 전국 단위로 개방하는 첫 사례다.이 기술은 AI가 24시간 온라인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불법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된 성착취물을 자동 탐지하고 삭제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상담원이 육안으로 일일이 검색하고 신고해야 했지만 AI 도입 이후 처리시간은 평균 3시간에서 6분으로 줄었다. 탐지 정확도 역시 200~300% 개선된 것으로 서울시는 설명했다.서울시는 기술 보급 시 기관당 약 1억8000만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국 다수 피해지원 기관이 여전히 수작업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인력 부담과 대응 지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이 기술은 2023년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이 공동 개발했으며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이후 아동·청소년 대상 안면인식 기반 나이 예측 삭제기술과 AI 자동 신고 시스템을 추가 구축했고 저작권 등록과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해당 기술은 정부혁신 우수사례 대통령상과 UN공공행정상 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았다.AI 도입 이후 삭제지원 건수도 급증했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의 삭제지원 건수는 2022

    2. 2

      서울경찰, 새학기 맞아 스쿨존서 대대적 음주운전 단속

      서울경찰청이 새 학기를 맞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에 나선다.서울경찰청은 오는 4일 등교 시간대에도 서울 31개 경찰서 교통경찰 264명, 교통기동대 21명을 총동원해 초등학교 앞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한다고 2일 밝혔다.등굣길 숙취운전 등에 대한 단속과 함께 어린이 보행안전을 위협하는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행위도 함께 계도·단속한다는 계획이다.서울경찰은 지난해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등 '스쿨존 음주운전 등 집중 단속'을 매주 1회 이상 실시했다.그 결과 집중 단속 기간인 지난해 3월 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어린이보호구역 내 등교시간대 음주운전 138건을 적발했다.이 기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교통사고도 전년 동기 대비 22.5% 줄어든 62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올해도 경찰은 어린이 보행 안전에 중점을 두고 등교시간대 어린이보호구역에 교통경찰·녹색어머니·모범운전자를 집중 배치해 매주 음주운전 단속에 나선다.하교시간대에는 오후 1시부터 놀이터 등 어린이보호구역 인근까지 순찰을 강화하고, 지자체와 합동으로 불법주정차에 대해 계도·단속을 추진한다.특히 지자체와 협업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행자 안전펜스'를 빈틈없이 설치하고,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의 일시정지 위반 등에 대해서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스쿨존만큼은 '음주운전 청정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밝혔다.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3. 3

      대법 "비자금 조성은 대표 의무 위반 여지…KT 경영진 배상 책임 다시 가려야"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와 관련해, 황창규 전 회장과 구현모 전 대표 등 KT 전직 경영진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가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박모씨 등 KT 소액주주 35명이 이석채·황창규 전 회장과 구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원 1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고 2일 밝혔다.이번 사건은 2019년 3월 KT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임무 해태 등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이다. 원고들은 △무궁화위성 3호 해외 매각 △미르재단 11억 원 출연 △아현국사 화재 및 통신시설 등급 변경 △CR(대외협력) 부문 임직원들의 부외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송금 등을 문제 삼았다.이 중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경영진의 책임 여지를 인정한 쟁점은 '비자금 조성 및 정치자금 송금' 부분이다. 앞서 KT 임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 11억 5000만원을 조성했다. 이 중 4억 3000만원을 국회의원 111명에게 불법 후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 전 대표 역시 이 과정에 관여해 별도의 형사재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황 전 회장의 법령 위반이나 임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구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직접 관여한 기간 동안 임무를 게을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금액이 반환되어 회사의 손해가 전보됐다는 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