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혜 씨의 ‘물고기의 단풍놀이’
한경혜 씨의 ‘물고기의 단풍놀이’
한국화가 한경혜 씨(40)가 오는 18일까지 서울 삼일대로 운현궁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한씨는 일곱 살 때 성철 스님을 만나 3000배로 뇌성마비 장애를 이겨낸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 전통 한지에 수묵담채로 계곡의 물 밑바닥이나 바닷속을 생생하게 묘사해 왔다. 최근에는 그림에 물고기와 단풍잎 이미지를 살짝 끼워넣어 생명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물이 품은 자연’.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 명산과 계곡을 찾아다니며 사생한 물과 돌에 얽힌 이야기를 사실주의 기법으로 화면에 되살려낸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그의 작품에는 흐르는 물을 비롯해 묵직한 조약돌, 단풍잎, 작은 물고기 등이 살아 움직인다.

물에 떠 흘러가는 붉은 단풍잎은 성큼 다가온 가을을 떠올리게 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물살은 덧없는 인생의 깊이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또 맑은 물속 둥글게 닳은 조약돌 옆에서 꼬리를 흔들며 몰려다니는 물고기떼는 삶의 활력을 더해 준다. 한국화 고유의 농담과 색채를 표현하면서도 필선과 수묵의 효과를 십분 활용했다. 물이나 돌, 단풍잎, 바람에 대한 묘사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이서 기운생동의 필력이 돋보인다.

작가는 “무념무상의 시간을 사각의 화면에 가두고 싶었다”며 “나뭇잎이 흔들리고 떨어지는 것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을 붓끝으로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02)766-909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