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초선만 뽑으면 도움 안돼"
부산 "문재인·안철수 싸움질 부끄럽다"
광주 "뭉쳐도 모자랄 판에…"
여야 정치권이 맞닥뜨린 올 추석연휴 민심은 냉랭했다. 민생 챙기기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벌써 내년 총선 대비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총선 ‘물갈이설’이 나오는 대구와 부산, 신당설 진원지로 꼽히는 광주 등 세 도시의 민심에는 정치 피로감이 묻어났다.
대구에선 현역 의원 한두 명을 빼고 모두 바뀔 것이라는 일부 정치권 관측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다. 직장인 최일식 씨(43)는 “힘없는 초선들만 뽑아다 놓으면 정권 잡고 있어도 허사”라며 “대구 경제를 생각한다면 현역 물갈이론에 무조건 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성군)은 “경제 살리는 데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꾸중을 많이 들었다”며 “정치 이슈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가계 주름살 좀 펴달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현지 민심을 전했다.
부산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 등 부산 출신 대선주자급 인물들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다. 광안리에서 만난 상인 박재희 씨(45)는 “부산에는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등 대권 후보가 세 명이나 있는데도 자기 당내에서나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 큰 인물(대통령)이 될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직장인 신용철 씨(54)는 “문 대표와 안 의원은 부산 사람이라 기대치가 높지만 같은 당인데도 싸움만 하는 모습을 보니 부산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며 “정치인들이 대화로 풀어야지 자기 생각만 주장하는 것은 꼴사나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탈당과 신당 선언으로 분당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는 광주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김인식 씨(51)는 “요즘처럼 새정치연합에 실망한 적이 없다”며 “민생은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잇속만을 위해 치고박고 싸우는 꼴에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신당 추진에 대한 우려도 컸다. 대학생 유민호 씨(21)는 “민주당을 바로 세우겠다고 해서 지난 선거 때 지지했던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해 황당했다”며 “무기력한 야당이 잘게 쪼개지면 야권 분열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김태현/대구=오경묵/광주=최성국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