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규제를 건수 위주로 관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규제 신설로 기업 비용부담이 늘어날 때 그 액수만큼의 기존 규제를 없애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규제등록체계 개편안을 확정, 의결했다. 그동안 정부는 규제정보포털 사이트에 등록규제 건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규제 개선의 지표로 삼았다.

강영철 총리실 규제조정실장은 “부처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규제 건수를 줄이는 데만 급급해 ‘잔챙이’ 규제만 없앴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규제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부담 총액이 늘어나지 않도록 규제비용총량제를 내년부터 전 부처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규제를 건수 위주로 관리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규제등록제도를 도입한 지 17년 만에 처음이다. 규제 숫자에 집착한 정책이 오히려 규제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규제 개혁 성과로 규제 개수 감소를 내세웠던 것이 결국 ‘보여주기’ 식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등록 규제 수는 1998년 등록제도 도입 이후 들쭉날쭉했다. 규제 수준이 크게 개선되거나 악화되지 않았지만 정권마다 규제 산정 방식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규제를 행위 단위로 계산한 첫해에는 규제 수가 1만185개였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강력한 규제 개혁으로 건수는 2000년 6912건으로 감소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는 규제 산정 방식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특정 규제 행위의 근거가 되는 여러 규제 조문을 1개의 규제로 통합하면서 2007년 규제 수는 5114개까지 급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에는 부처 판단에 따라 관련 조문 전체를 1개의 규제로 허용하는 내용으로 규제 등록 방식이 또 변경됐다. 이 방법으로 규제 건수는 2009년 1만2878개로 급증했다.

정부는 ‘숫자’ 위주 관리 대신 내년부터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규제비용총량제는 규제를 새로 제정할 때 생기는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폐지해 규제비용 총량이 추가로 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이창수 총리실 규제총괄정책관은 “비용총량제가 도입되면 1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규제 1건은 신설하고 비용이 10억원인 규제 100건을 줄여 성과를 내는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