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소품 '남유럽 시대'
지난 몇 년 동안 ‘스타일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북유럽이 화두였다. 특유의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깔끔한 디자인과 에코 라이프(eco life)를 추구하는 친환경 가치가 반영된 북유럽 패션과 생활소품이 큰 인기를 누린 것이다. 북유럽 브랜드의 전성기가 정점을 찍으면서 최근에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지중해풍’으로 대변되는 남유럽 브랜드는 원색을 활용한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 그리고 정교한 아름다움을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소소한 생활용품도 인테리어용품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장식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활소품 '남유럽 시대'
포르투갈 최초의 비누 브랜드로 알려진 ‘클라우스 포르토’는 100년 넘게 이 나라 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해 온 ‘왕실 수제비누’로 꼽힌다. 올 상반기 국내에 정식 진출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며 한국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버터나무, 피스타치오, 망고 등에서 얻은 100% 식물성 버터를 바탕으로 제조해 보습력이 뛰어나고 전문 조향사가 개발한 70여종의 향도 매력적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역시 포르투갈에서 온 홈데코 브랜드인 ‘까사 알레그레’는 지중해 휴양지의 분위기를 담은 유리잔, 도자기 등 식기류를 제조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 전통문양을 활용한 푸른색의 투명 유리잔이 인기가 높은데, 모든 유리를 입으로 불고 손으로 빚어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생활소품 '남유럽 시대'
스페인의 실리콘 주방용품 브랜드 ‘레쿠에’도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반 합성고무에 비해 더욱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을 낼 수 있는 플래티늄 실리콘을 주재료로 사용, 냄새가 나지 않고 위생적이라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전기오븐에 넣어도 끄떡없는 ‘실리콘 찜기’가 180만개 넘게 팔린 대표 제품이다. 알록달록 원색의 디자인으로 주방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꿔준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에서 탄생한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비가’는 화분 모양의 쓰레기통, 사람 모양의 브러시 등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생활소품 '남유럽 시대'
‘패션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도 의류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 브랜드가 국내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탈리아의 친환경 수공업 브랜드 ‘레뇨마지아’ 역시 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하는 유쾌한 디자인으로 주부들을 공략하고 있다. 천연 목재와 천연 오일을 활용해 자연친화적 상품을 개발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데, 제품에 코를 가까이 대면 은은한 나무 향이 풍겨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생활용품 브랜드인 ‘구찌니’는 1912년 설립 이후 아크릴 소재와 강렬한 색감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각 제품의 쓰임새에 따라 원료 배합 비율을 조정해 용도에 최적화한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력이 국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생활소품 '남유럽 시대'
클라우스 포르토 관계자는 “한동안 국내 생활용품업계를 휩쓴 북유럽 트렌드가 남유럽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발효 등에 힘입어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남유럽의 다양한 브랜드가 한국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